ESG채권, 시장 불안에 ‘한파’ 맞았지만…관심은 여전히 '유효'

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1.07 07:16 ㅣ 수정 : 2022.11.07 07:16

ESG채권 발행량 전년比 32%↓
인도공 발행분 전액 유찰되기도
“ESG 자체 관심 꺾인 것 아냐”
“신(新)유형 투자자 진입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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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던 ESG채권시장이 최근 확대된 자금시장 불안감에 휘말리며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기업에서 발행한 신규 발행된 ESG채권 중 일부가 전액 유찰되는 일도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ESG 자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금 유입 둔화를 관심도의 저하로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 ESG채권시장이 기존 시장과의 여러 차이점을 통해 시장을 다각화할 수 있는 투자 분야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ESG채권 신규 발행 전년比 32%↓…인도공 발행분 전액 유찰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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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7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신규 상장된 ESG 관련 채권(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지속가능연계채권)은 52조337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채권의 발행기관은 96곳이었고, 종목 수는 504개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장된 76조8459억원(144개 기관, 571 종목) 대비 31.89% 줄어든 수준이며, 발행기관과 종목도 나란히 감소했다.

 

ESG채권은 2018년 국내 시장에서 처음 발행돼 한 해 동안 1조2500억원어치가 상장됐다. 이후 △2019년 25조6837억원 △2020년 58조 8842억원 △2021년 86조7510억원 규모가 상장되며 지난 5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급격히 상승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등에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ESG 시장에도 한파가 부는 양상이다.

 

실제로 인천시 산하 공기업인 인천도시공사는 지난달 24일 3년 만기 연 6.6% 금리로 일반채권과 ESG채권을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씩 발행했는데, 그중 ESG채권이 전액 유찰되기도 했다.

 

인천도시공사가 발행한 채권의 신용등급은 AA플러스(+)에 달했지만, 고신용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수요가 저조하게 나타났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플레이션과 그 충격에 집중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만큼, 다른 주제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소홀해진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글 트렌드 등의 자료들을 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급등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ESG 혹은 기후 문제에 관한 관심은 조금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ESG’ 자체 관심은 유효한 상황…새로운 자금시장 형성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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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다올투자증권]

 

최근 ESG채권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ESG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채권형 ESG ETF(상장지수펀드)의 자금 흐름은 환경 분야를 중점으로 하는 녹색채권 ETF보다 ESG 전반을 다루는 통합형 채권형에서 더 좋은 흐름을 보였다.

 

녹색채권 ETF의 자금 규모는 2019년 상반기 통합형 채권 ETF의 자금 규모를 앞질렀으나, 올해 상반기 들어 급락해 통합형 채권 ETF에 재차 추월당했다. 주식형 ETF에서도 마찬가지로 환경산업 테마 ETF보다 ESG 통합 ETF가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조 연구원은 “결국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ESG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금 흐름의 부진을 해당 부분에 대한 관심도 훼손으로 단언하는 것은 어려우며, 어떤 측면에서는 ESG에 대한 관심이 시장 전체로 비교했을 때 꽤 양호한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녹색채권 ETF를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구조적인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반면 ESG 통합 스코어링이나 지속 가능성에 주안점을 둔 투자 방식은 당장의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을 두는 스타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SG채권시장이 기존 시장과 달리 재무적 요인이 아닌 비재무적 요인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국내 기업들이 ESG채권시장에 신규 등장해 투자자들을 다각화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ESG채권의 투자자들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관철하고자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기업 측면에서 보자면, ESG 시장의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이 좋지 않아도 ESG라는 요인을 통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자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ESG 시장이 기업의 ESG를 측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채권시장의 예측 수요 규모를 파악하는 등의 사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현재 국내 ESG 시장은 기업의 점수를 측정하는 데에 치중된 경향이 있는데, ESG채권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등 시장 조사를 진행해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며 “이를 통해 ESG 관심층 중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등, 상황이 잘 전개된다면 채권투자자를 다각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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