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생보 '반색' vs. 손보 '난감'
금융당국, 21일 1사 1라이선스 규제완화 개선안 발표 예정
생보업계, 장기상품 판매 감소‧저축성 보험 해지 증가에 사업 확장 필요
펫보험‧운전자보험‧여행자보험 등 완화 대상 손보사 영역 상품에 쏠려
손보업계 "규제 완화 보험업 전반에 좋은 일이나 영역 침범은 다른 문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생보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펫‧여행자보험 등 전문보험 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져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21일 보험사가 펫보험 등 전문 분야 특화 보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1사 1라이선스 규제는 한 금융사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각각 1개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생보업계는 주력 상품인 장기보험 시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가입이 줄어들고, 경기 둔화 우려에 장기상품 판매도 감소하고 있다. 또 은행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로 생보업계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자회사를 설립해 펫보험, 여행자보험, 소액 단기보험 등 손보업계가 주로 취급하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펫보험 시장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동물병원 의료비 표준수가가 마련되지 않아 손해율 측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당국과 농림축산식품부, 보험업계는 올 8월 펫보험 활성화 TF를 꾸렸으나 아직 두 차례만 논의를 진행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에는 우려가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보험 계약 건수는 5만9766건으로 반려동물(개‧고양이) 총 797만 마리 가운데 0.74%에 불과하다.
이미 손보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손해율 측정이 쉽지 않은 펫보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준수가제 도입 등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상품 개발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가 펫보험보다 더 관심을 두는 것은 운전자보험이다. 지금도 생보사에서 운전자보험을 취급하기는 하지만, 상해사고만 보장하기 때문에 형사합의금과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 등을 포함하는 손보사의 운전자보험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펫보험보다는 단기로 판매할 수 있는 운전자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배상 책임보험 등을 우선순위로 고민하기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보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업권 고유 영역을 침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규제 완화로 자회사를 설립해 다룰 수 있는 소액단기상품은 대부분 손보업계에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업계는 주력해오던 종신‧연금보험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 실손보험도 판매할 수 있게 됐으나 이마저도 손해율이 높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영역을 확장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업권의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보험업권 전반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밥그릇을 뺏기는 건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아직 어떤 상품을 다룰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는 이른 단계"라면서 "결국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제3보험(질병, 상해 또는 간병을 보장하는 보험) 영역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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