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 초록마을 인수 6개월…합병 시너지는 '글쎄'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푸드테크 기업 정육각이 유기농 식품사 초록마을을 인수하고도 9개월간 온·오프라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육각은 지난 3월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마켓컬리, 바로고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정육각보다 2배 이상 덩치가 큰 초록마을을 인수하는 '과감한 베팅'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정육각은 축산품에 한정돼 있던 취급 품목을 채소, 과일 등 유기농 신선제품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와 동시에 전국 400여 곳 오프라인 판매처 확보, 라스트마일 배송 확대 등 서비스 전반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여전히 초록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정육각 제품을, 정육각 홈페이지에서는 초록마을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취급 품목을 확대하는 통합 작업은 여전히 '논의 중'에 있다.
최근에는 정육각이 초록마을과 협업해 화장품, 생활용품, 농산물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한 '초샵'을 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초샵' 또한 두 브랜드가 협업하는 것이 아닌 정육각의 리브랜딩이라는 점이다.
정육각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초샵은 새로운 기업 비전에 맞춘 브랜딩 구축 과정의 하나로 추진하는 식품 전문샵"이라며 "일종의 리브랜딩 차원이지, 초록마을과 협업해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 생활용품, 농산물 등 취급 품목을 늘린다는 것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정육각이 초록마을이 가지고 있는 '신선제품'과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무리하게 인수해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더욱이 지난달말 초록마을이 판매하는 만두에서 목장갑이 통째로 나와 신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정육각은 초록마을과 신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먼저 초록마을 자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육각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초록마을 하고 새롭게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육각의 제조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초록마을의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초록마을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