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영구채 발행 결국 불발...자본 확충 ‘난항’
10월 추진하던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국 보류
레고랜드이어 흥국생명 사태로 투심 악화 영향
연내 발행 불투명, BIS 제고 등 목적 달성도 어려워
하이투자증권 등 계열사 자금조달 지원 상황도 부담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DGB금융지주(DGB금융)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보류했다. 레고랜드에 이은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사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다시 한발 물러섰다. 투자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내 발행은 물론 추가 자금조달 수단이 마땅치 않아 DGB금융의 자본 확충 행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은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DGB금융은 지난 8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10월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만기가 없는 영구체임에도 30년 만기에 5년의 중도상환 옵션을 붙여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강원도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수요예측 기간을 10월 24일, 발행을 31일로 다시 미뤘지만 결국 발행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달러화 콜옵션 행사 번복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좀처럼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끼쳤다.
DGB금융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며 “시장 분위기를 조금 더 살펴보기로 했고 재추진 일정 등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올해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연내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DGB금융의 자본 건전성 강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GB금융의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목적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였다. DGB금융은 채권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앞다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위험에 대비할 자본 확충 요구가 커진 데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으면서 매력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조건부자본증권 종류의 하나로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조달된 자금은 BIS비율(자기자본비율) 계산 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수단으로 활용된다.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면서 지난해 말부터 금융사들의 BIS비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BIS비율도 지난해 말 15.0% 수준에서 올해 3분기 말 13.8%로 저하됐다. 이는 은행지주 가운데 JB금융(13.66%)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가뜩이나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과 DGB캐피탈 등에 지급보증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계열사 자금조달 지원에도 나선 상황이다.
DGB금융은 최근 하이투자증권의 회사채, CP, 전자단기사채에 3000억원, DGB캐피탈 회사채에 3000억원을 지급보증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이나 DGB캐피탈이 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지주가 대신 상환해 주기로 한 것이다.
DGB금융의 높은 회사채 등급(AAA)을 활용해 발행금리를 낮추는 등 계열사들이 보다 자금조달에 용이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금융지주가 계열사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조달 규모가 큰 금융사 특성상 지급보증으로 지주에 자금조달을 의존하면 지주의 자체 재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DGB금융으로선 계획대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했다면 자기자본이 증가하면서 지급보증에 따른 자체 재무부담을 덜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재추진 외에도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DGB금융 관계자는 “자본 조달이 시급한 상황도 아니고 지주의 지급보증 여력은 충분하다”라며 “직접 자금이 지원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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