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호(號), '전쟁 중에 장수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철학 빛났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회장(62·사진)이 이끄는 SK그룹이 1일 SK스퀘어·SK C&C·SK브로드밴드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신규 선임 등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이번 정기인사 화두는 ‘안정’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4연임과 주요 계열사 부회장도 유임을 결정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혁신과 변화보다는 능력과 경험이 입증된 인사를 유지하는 쪽으로 인사 방향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태풍이 불고 있어 앞으로 닥쳐올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정을 추구하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이에 따라 격언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룹 인사 폭이 크지 않았다.
다만 혁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ICT 부문 경영진에 일부 변화를 줬다.
■ 조대식 의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수장 4연임, 부회장단 진용도 유지
그룹 최고 의사협의기구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SK수펙스)'는 조대식 의장을 유임하고 현재 7개 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면서 위원장 5명 교체를 결정했다.
SK수펙스는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로 이뤄져 관계사 간 참여와 협력을 통해 SK그룹의 지속적인 안정·성장을 이끄는 조직이다. 쉽게 설명하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기구다.
조대식 SK수펙스 의장은 불필요한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며 특히 SK그룹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조대식 의장은 SK㈜ CEO(최고경영자) 역임 시절 단순 관리형 지주회사를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2017년 SK수펙스 의장으로 선임된 그는 최태원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경영철학에 뜻을 같이하며 그룹 체질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SK그룹 주요 8개 계열사가 한국 기업 최초로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에 가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조 의장 역할이 컸다.
그 공을 인정받아 조대식 의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4연임에 성공해 8년간 위원장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는 그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SK수펙스는 조대식 의장 연임과 함께 기존 7개 위원회 체제를 유지했다. 또 조대식 의장과 함께 그룹을 이끄는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도 유임됐다.
다만 5개 위원회 위원장은 바뀌었다. 이에 따라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은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ICT(정보통신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이끈다. 인재육성위원회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이형희 사장, SV(사회적가치)위원회는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각각 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 수행을 돕기 위해 전략위원회를 '전략/글로벌l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SK수펙스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어려운 환경속에서 계열사의 성장 스토리 실행을 계속 지원하고 계열사 간 글로벌 사업 시너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 SK C&C·스퀘어·브로드밴드·네트웍스 등 ICT 부문 일부 인사 교체
SK그룹 인사 전 예상대로 ICT 부분 계열사에는 일부 변화가 있었다.
SK C&C 인사 핵심은 고객과 사회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디지털 전환 파트너’로 보다 혁신적인 체계와 과감한 방식으로 DT(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SK C&C 신임 사장에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내정했다.
윤풍영 CIO 내정자는 2007년 SK텔레콤에 합류해 SK㈜ C&C, SK텔레콤, SK스퀘어에서 사업구조 개편 및 신규 투자기회 발굴 등 그룹과 각 개별 회사 가치를 높이는데 이바지했다. 윤 내정자가 SK C&C 기획본부장을 지내는 동안 SK C&C의 DT 사업 기반을 다지는데 힘썼다.
SK C&C는 윤풍영 CIO 내정자와 함께 ‘디지털플랫폼총괄’ 조직을 ‘디지털사업총괄’로 확대·개편했다. 또 전사 리스크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센터’를 신설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사업지원 체계를 고도화한다.
박성하 SK C&C 사장은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투자전문 지주회사 SK스퀘어 대표로 옮겨가게 됐다.
그는 지난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물의를 빚은 SK C&C 책임자로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박 사장은 그동안 경영전략 관련 업무를 주도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기획하는 등 ‘전략통’의 우수한 면모를 보여 그룹 내 신뢰를 두텁게 쌓은 점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최고경영자)는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겸한다.
유영상 대표는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SK텔레콤 사업개발팀장 시절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현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을 도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에 힘을 실었다.
그는 향후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사업 영역과 함께 브랜드, 기업문화 등 전방위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해 기술을 통해 통신업 재정립에 집중할 방침이다.
유영상 대표는 “SKT가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최적의 조직 구조를 구축하고 책임 경영이 가능한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리더십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한 팀으로 사업 영역에서 굳건한 성장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SK네트웍스는 이호정 경영지원본부장을 새로운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이호정 신임 총괄사장은 2017년부터 SK㈜에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온 전략·투자 전문가로 저명하다. 그는 지난해 SK네트웍스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본사 및 투자사 사업 체질 강화에 힘썼다. 아울러 글로벌 투자 및 전기차 인프라 확장 등 회사의 미래 성장을 추진하는 신사업추진본부장으로 소임을 다했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사장직에 올랐다. SK네트웍스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구축과 내부 역량 확보를 이끌어 온 그는 2020년에는 회사가 확보한 직영주유소를 자산과 영업으로 구분해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주역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조직 운영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고려했으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SK네트웍스의 새로운 미래성장을 이끌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부 환경 악화를 헤쳐나갈 수 있는 사업과 조직 체계를 구축해 효율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인 체질로 바꾸고 차세대 리더를 발굴·육성해 회사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SK이노베이션·하이닉스, 성장을 위한 과감함 인재 등용·조직개편
SK이노베이션과 각 사업 자회사들은 2023년 인사에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성과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에 방점을 뒀다.
카본 투 그린은 모든 영역의 사업 구조를 기존 탄소 중심에서 친환경 중심 에너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경영전략이다.
또한 성장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SK엔무브 사장에 박상규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을 선임했으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에는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을 승진 발령했다.
박상규 사장은 그룹 내 다양한 사업경험을 토대로 전략기획 역량과 현장 사업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SK엔무브의 ‘에너지효율화 기업’이라는 새로운 기업 정체성을 강화하고 사업을 확대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은다.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은 재무, 기획역량을 갖춘 전략통으로 정평이 났다. 그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성과개선과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이를 시장과 적극 소통할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넷제로(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카본 투 그린’ 전략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를 과감히 등용한다는 원칙 아래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지주회사의 기능과 역량 확대를 목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첨단기술 현장에서 유망기술 발굴·확보를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lobal Open Innovation)담당’을 새롭게 구축했다. ‘성과관리담당’도 새롭게 구성해 사업자회사의 이익개선활동을 돕는다. 이 밖에 그린 사업 중심으로 창출된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도록 시장과 적극적 소통 역할을 할 ‘IR담당’도 신설했다.
SK하이닉스는 젊고 미래 성장기반을 탄탄히 해 반도체 시장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유능한 기술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높은 기술 역량을 겸비한 고은정 담당과, 차세대 기술인재 박명재 담당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또한 경영판단의 속도와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내 의사결정 체계를 축소했다.
기존 안전개발제조담당과 사업담당 조직을 폐지하고 제품과 고객지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GSM(글로벌 세일스&마케팅)’ 조직은 해외영업을 맡는 ‘글로벌 세일스’와 ‘마케팅/상품기획’으로 구분지어 전문성을 강화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산업이 주춤하고 있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속도와 유연성, 그리고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직을 정비한다”며 “나아가 더 큰 미래 성장을 도모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간다는 방향성에 맞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