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엔터회사 벽' 넘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나

이화연 기자 입력 : 2022.12.06 05:00 ㅣ 수정 : 2022.12.06 07:00

SM·하이브와 달리 유니버스 아티스트 입점에 고전…올해 적자로 돌아서
엔씨소프트·카카오엔터 “매각 확정된 사안 없다”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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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M엔터 버블, 하이브 위버스,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서비스 화면 [사진편집=이화연 기자]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가 출범 2년여 만에 매각설(說)에 휩싸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유니버스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카카오엔터 측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유니버스 매각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후발주자, 비(非)엔터회사로 고전했던 점에 미뤄  유니버스 사업을 정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6일 IT(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유니버스는 가입하면 관심있는 아티스트를 즐겨찾기로 추가해 최신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고 매월 구독료를 내면 1대 1 채팅까지 즐길 수 있는 앱이다.

 

유니버스는 출시 이후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 하이브의 ‘위버스’와 함께 3대 팬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실적을 따져보면 유니버스는 버블, 위버스에 비하면 저조하다.

 

버블, 위버스 등과 달리 유니버스는 소속 아티스트가 없어 입점에 애를 먹고 주요 고객층인 아이돌 팬들과의 소통에도 미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유니버스, 올해 영업손실 3억원…버블·위버스와 ‘온도 차’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월 유니버스를 출시하고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넘어 엔터테인먼트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유니버스는 엔씨소프트 자회사 클렙(Klap)이 운영해왔다. 클렙 대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동생인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이 맡고 있다.

 

유니버스는 1년 만에 글로벌 2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전세계 233개국에 서비스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올해 6월 기준으로 총 40개팀이 유니버스에 입점한 상태다.

 

유니버스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연상시키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플래닛’을 추가해 메인화면에 셀카, 일상 글 등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유니버스의 핵심 수익모델은 연예인과 1대 1로 대화할 수 있는 ‘프라이빗 메시지’다. 프라이빗 메시지는 팬들 사이에서 ‘프메’라는 줄임말로 불린다. 1인권은 매월 7900원, 2인권은 1만1500원, 3인권은 1만5000원으로 여러 명이 구독할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유니버스는 자체 제작한 음원, 예능, 화보, 라디오 등 ‘유니버스 오리지널’을 아이돌그룹과 손잡고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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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유니버스의 핵심 콘텐츠인 '프라이빗 메시지'. 카카오톡처럼 1대1 대화 형식을 띄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하지만 유니버스에는 ‘후발주자’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특히 앱이 너무 무거워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용자 불만도 쏟아졌다.

 

이에 따라 절치부심한 유니버스는 앱 용량을 대폭 줄인 리뉴얼 버전을 지난 6월 선보였다. 메인 화면 등 사용자환경(UI)도 개선했다. 이와 함께 유니버스는 리뉴얼 기념으로 한달 간 프메 3인권을 무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아이돌 팬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한달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2배 늘어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둔 듯 했다. 그런데  실적은 오히려 적자로 돌아섰다. 유니버스 운영사 클렙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88억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유니버스가 지난해 17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유니버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경쟁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 계열사 위버스컴퍼니가 올해 3분기까지 거머쥔 누적 순이익은 약 78억원이다. 버블을 운영하는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는 3분기까지 순이익 약 167억원을 기록했다.

 

■ 유니버스 운영 미숙도 논란…게임 신작 개발 집중할 듯

 

저조한 실적 뿐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미숙한 운영도 매각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니버스는 지난 10월 보이그룹 ‘더보이즈’ 측과 상의 없이 계약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기존 구독자들에게도 환불 등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더보이즈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는 “계약 종료 시점 한 달 전부터 유니버스 재계약과 관련해 엔씨소프트 측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는 소통 미숙을 시인했다. 양 측은 계약을 이어가는 데 합의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업계는 이 사례가 비엔터회사 엔씨소프트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레드벨벳, 에스파 등 유명 아이돌을 여럿 보유하고 있고 하이브 역시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같은 인기 아이돌이 소속돼있어 콘텐츠가 풍부하다.

 

더 나아가 버블은 JYP엔터테인먼트, FNC 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기획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사업 보폭을 넓혔다. 위버스에는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 입점했는데 최근 빅뱅이 위버스 소통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연예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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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일각에서는 대흥행작 '리니지' 뒤를 이을 게임 신작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엔씨소프트와 음반·공연 외 신규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엔터회사는 출발선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삼성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가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그 원동력으로 리니지 IP의 건재함과 신작 출시 여부를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PC·콘솔 게임 ‘TL(Throne and Liberty)’을 비롯해 △블레이드&소울S △프로젝트R △프로젝트G △퍼즐업 등 5종에 이르는 신규 작품을 준비 중이다.

 

반면 하이브는 위버스에 유료 메시지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으로 수익이 확대될 전망이다. 버블은 올 4분기 중 중국 안드로이드 마켓 서비스를 예고했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이브 소속 걸그룹 ‘뉴진스’가 전용 앱 ‘포닝’을 통해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하이브는 내년 상반기 중 위버스에 이 사업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위버스는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 700만명 대 대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100만 구독자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며 이 경우 연간 1100억원의 매출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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