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며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연말 랠리 기대감으로 버텨왔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면서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다가, 최근엔 다시 한국 증시에 자금을 빼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5~9일)만 봤을 때, 코스피지수가 내내 힘을 잃고 한 달여 만에 2,4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9일 코스피는 2,389.04에 장을 닫았다.
올해 10월과 11월에 6조원 이상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주간 1조4000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것은, 잠시 수그러들었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부각된 이유다.
지난달 30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통화 긴축을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내외 증시가 잠시 반등했으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증시 참여자들은 이달 29일 증시 폐장과 함께, 시선은 물가와 통화정책 방향에 쏠리는 형국이다.
당장 이번주(12∼16일) 증시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대형 이벤트로는,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대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기간 국내 증시가 긴축 완화 기대와 경기침체 우려가 엇갈리며 관망세를 보이다가, CPI·FOMC 이후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 때는 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형성될 때"라며 "12월 FOMC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매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짚었다.
먼저 연준은 오는 13일(현지시간)부터 이틀 일정으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결정 회의인 12월 FOMC를 연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인 이벤트라고 봤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점쳤다. 0.50%포인트가 오르면 연준의 올해 최종 금리는 4.25~4.5%가 된다.
이번 FOMC 회의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예측된 만큼, 큰 변수가 없다면 시장 파급력이 파괴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업종에서도 외부 정책 변화에 힘입어, 단기 급등한 분야의 모멘텀이 지속되기보다는 빠른 순환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모멘텀에 편승하기보다는 그간 할인율 부담으로 장기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아져 있는 딥밸류 주식, 임기 2년차를 맞이한 정부의 연초 산업정책과 관련된 분야의 주식을 단계적으로 사 모으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25%다. 시장의 예상대로 나온다면, 0.75%포인트로 축소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다시 1.25%포인트로 벌어진다.
앞서 연준은 네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해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가, 이번에 '빅 스텝'으로 한발 물러서는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8%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는 기준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컨센서스(시장 예상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시장은 또 12월 FOMC에 주목하고 있으나, CPI 발표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CPI는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벤트 리스크 측면에서, FOMC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CPI는 최근 6개월간 4번(5·6·8·9월)은 예상을 상회, 2번(7·10월)은 예상을 밑돌면서 어떤 것이든 컨센서스 예상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지난 10월 CPI는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이는 전월 수준(8.2%)과 월가 전망치(7.9%)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11월 CPI 상승률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정점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11월 CPI 예상치는 7.3% 상승 수준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핵심 CPI가 전월 대비 상승률 기준 0.5% 이상을 기록할 경우, 최종금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 시장 컨센서스인 0.3~0.4%에 부합한다면 시장에 대체로 중립적이거나, 소폭의 안도 랠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허 연구원은 “만약 0.2% 이하를 기록할 경우 최종금리 하향조정 및 연준 피벗(정책 전환) 기대가 강화하면서, 주식시장의 상승이 재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