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尹캠프 출신 이석준 낙점…10년 ‘관의 역사’ 되풀이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12.14 07:31 ㅣ 수정 : 2022.12.14 15:56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새 농협금융 회장으로 낙점
내부출신 2년만에 마무리, 다시 금융 관료 회장 복귀
관료 회장 부활, 중앙회장 중임 추진 관련성 주목
노조 등 정치권 낙하산 인사 기조 금융권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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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사진편집=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이하 농협금융)의 새로운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다시 ‘모피아(금융관료와 마피아 합성어)’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농협금융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잇따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손 회장에 이어 새해부터 농협금융 최고경영자를 맡게된다. 

 

임추위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회장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심층 면접 진행 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 전 실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임추위는 “현재 복합적인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 이 전 실장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력을 두고 농협금융의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로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한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엔 특별고문까지 맡았다. 이에 이 후보는 ‘정권과 가까운 관료 출신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 2년만에 다시 관(官) 출신 회장 탄생

 

지난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독립한 농협금융의 수장은 초대 신충식 전 회장 이후 손병환 회장 등장 전까지 모두 관출신 인사가 회장을 맡아왔다. 이에 농협금융 회장 자리가 은퇴한 고위 금융 관료 전유물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신 회장이 초대 회장으로 취임 후 금융지주 분리 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3개월만에 조기 사임하고 뒤를 이은 신동규 회장(행정고시 14회)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과 국제금융국장을 거쳐 한국수출입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 회장까지 역임했던 인물이다.

 

신 전 회장도 중앙회와 갈등 끝에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중도 사퇴했다. 당시 신 전 회장은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 등으로 손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며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바 있다.

 

뒤를 이은 임종룡 3대 회장도 24회 행정고시 출신이자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를 거친 정통 금융 관료다. 이후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국무총리실장을 거친 뒤 농협금융 수장자리에 올랐다. 이후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자리를 감용환 전 회장에게 물려줬다. 김 전 회장 또한 행시 25회,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지냈던 김광수(행시 27회)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이후 손 회장이 등장하면서 약 10년만에 내부출신 회장이 탄생하게 됐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에 올랐다. 

 

손 회장 취임 이후 내부 직원들의 신망은 두터웠고, 지난해 농협금융은 순이익 2조2919억원을 기록하며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순익 ‘2조원’을 넘기기는 등 실적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연임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진행되는 인사인 만큼 다시 전직 관료 출신의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농협금융은 일반 금융사와 달리 농어민 지원 등 정책금융을 다루는 특성상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한 편이다.

 

게다가 농협금융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아래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법 등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무부처로 관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인사가 조합원에 의한 선출직이라도 운영 등에 있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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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중앙회 현안 맞물린 인사, 뒷말 무성

 

그렇다보니 농협중앙회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농협금융 인사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해왔다. 연이은 관료 출신 인사 행보가 금융권 정치권 관치인사의 대표격으로 지목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낙점된 배경에도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사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성희 중앙회장은 2024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1회에 한해 연임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지난 8일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입법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게되면 이 회장은 연임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농협법 개정을 위해 정권과 교감할 수 있는 관료 출신을 농협금융 수장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현 정권 국무총리를 비롯해 경제정책 당국 수장 대부분이 기재부 출신인데다 윤 대통령 대선과정과 정부 출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서 이 후보가 낙점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2년여만에 다시 관료 출신 인사가 농협금융 수장에 오르면서 관치금융‧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IBK기업은행‧BNK금융 등 다른 금융사 수장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기조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며 “겉으로는 ‘외부 수혈을 통한 변화’를 말하지만 실상은 ‘측근들 자리 나눠주기’로, 혁신은 커녕 갈등과 문제만 일으킨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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