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현신균 호(號), 로봇·구독으로 DX사업 첨단화 일궈낸다
최근 글로벌 물류시장은 대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커머스 물류, BPO(업무처리아웃소싱), 스마트 물류자동화 등에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접목돼 물류사업은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물류 대변혁 시대에 국내 기업들은 물류사업에 사활을 걸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는 물류가 생존을 넘어 글로벌 성장의 최우선 선결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물류기업의 디지털 혁신과 미래 첨단기술 도입, 향후 과제 등을 다룬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LG그룹의 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 LG CNS가 디지털전환(DX) 사업을 토대로 사업 첨단화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 7년간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DX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강화했다. 그러나 새롭게 선임된 ‘혁신 IT기술 전문가’ 현신균 대표가 DX 사업을 한층 더 발전시켜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거머쥘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 CNS는 DX사업 핵심 축인 스마트 물류 사업에서 온라인 쇼핑몰 전문업체 쿠팡, SSG닷컴 등이 추진하는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 사업을 지원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 CNS가 이처럼 스마트 물류 사업 고도화에 주력하는 데에는 현재 업계 1위를 지켜며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일궈내겠다는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LG CNS는 지난해 기준 8100억원 규모인 국내 스마트 물류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 CNS 스마트 물류 사업의 강점은 최적화 알고리즘,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등 차별화된 IT 역량이다. 디지털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쌍둥이 객체를 만들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또한 LG CNS는 상품 공급순서를 계산해주는 최적화 알고리즘과 상품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를 크게 줄이는 AI비전검수 등 최신 기술을 솔루션에 적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LG CNS는 일반 기업이 거액의 설비 투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물류로봇 구독서비스’(RaaS, Robot as a Service)를 출시하며 고객사 확대에 나섰다. 이를 위해 LG CNS는 제조공장과 물류센터, 사무실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로 연결한 ‘가상 물류’ 서비스로 고객사에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 DX사업 순항에 상반기 역대급 실적 거머줘…‘스마트 물류’가 성장 한 몫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 CNS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한 1조1677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3억원으로 6% 늘었다.
이에 따라 LG CNS는 올해 3분기 연속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LG CNS의 올해 1~3분기 합산 매출은 3조2024억원으로 198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3조원대를 돌파했다.
LG CNS의 실적 호조는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등 DX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30년 넘게 축적해 온 IT서비스 역량에 힘입어 최근 몇 년 간 DX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특히 스마트물류 분야에서 LG CNS는 컨설팅부터 설계, 시뮬레이션, 센터·시스템 구축, 운영까지 ‘중소형 도심 물류센터’(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의 모든 것을 다룬다.
대형 물류센터가 도심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 달리 MFC는 도심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온라인 새벽배송·당일배송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LG CNS는 MFC에 로봇을 투입해 부피가 큰 지게차를 대체한다. 이를 통해 한정된 공간에 기존보다 4배 이상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LG CNS는 공간 효율성 뿐만 아니라 최적화 알고리즘, 디지털 트윈, 사물인터넷(IoT), AI 등 IT신기술을 토대로 작업자 업무 효율성까지 높여준다.
‘AI 피킹 로봇’은 주문이 접수된 상품을 정확히 집어 작업자가 상자에 상품을 담는 작업대로 내려보낸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에 불과하다. 배송 전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제대로 구성됐는지 AI가 확인하는 ‘AI 물품 검수’ 솔루션도 제공한다. 또한 물류 설비를 3D(3차원)로 모니터에 담은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24시간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LG CNS는 향후 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지역별 상품 수요 예측까지 가능한 MFC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고 부족으로 배송이 늦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 수 백억원 비용 절감…물류 로봇 구독 시대 활짝 열려
LG CNS는 이 과정에서 수집한 고객사 의견을 반영해 고비용의 물류 로봇을 고객사가 원하는 기간 동안만 구독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LG CNS가 지난 6월 출시한 ‘물류로봇 구독 서비스’(RaaS, Robot as a Service)는 계약된 기간 동안 구독료를 내고 물류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유통·제조 기업들은 물류로봇을 구입하기 위해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을 한번에 지출했지만 구독 서비스 도입으로 재정 부담이 적어졌다. 이 서비스는 출시 직후 한 중소 온라인 유통업체와 계약을 성사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LG CNS는 AI피킹로봇을 비롯해 △상품 보관·적재·이동이 모두 가능한 큐브 형태 물류 자동화로봇 ‘오토스토어’ △고정된 경로에서 상품을 반복적으로 운반할 때 적합한 ‘무인운송로봇’(AGV) △센서로 주변을 감지해 스스로 경로를 찾아 상품을 운반·적재하는 ‘자율주행로봇’(AMR) 등을 구독형으로 제공한다.
고객은 물류센터 크기와 용도에 맞는 로봇을 선택해 구독하면 된다. 예를 들어 MFC에는 공간 효율성이 높은 오토스토어가 효과적이다. 대형 물류센터는 여러 물류 자동화로봇을 함께 구독하면 유용하다.
LG CNS는 클라우드 기반의 물류센터 제어 시스템도 구독 모델로 선보인다. 고객사는 지정된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클라우드에 접속해 LG CNS의 DX 기술로 수집한 상품 이동 동선, 이동 횟수, 상품 처리량 등 물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분석할 수 있다.
LG CNS는 이 같은 독보적인 AI로봇 기술을 통해 지난해 81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물류자동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LG CNS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전시관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대전, 소프트웨이브 2022’에 참가해 다양한 참관객을 대상으로 물류로봇 구독 서비스 홍보에 나섰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사업부장(상무)는 “물류센터 지능화를 위한 초기 투자비에서 고객의 고충 사항을 파악해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클라우드, AI, 데이터 등 다양한 DX 기술력과 로봇을 결합한 LG CNS만의 물류로봇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물류 지능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는 향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물류센터를 결합하는 사업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3D 플랫폼 기업 유니티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파트너십을 통해 LG CNS는 유니티의 3D엔진을 사용해 고객 물류센터를 가상화하고 원격 운영이 가능한 가상 물류 패키지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업무 시스템을 메타버스에 연계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버추얼 물류 플랫폼을 구매해 메타버스 물류센터를 직접 갖출 수 있다.
■ DX 전문가 육성에도 진심…현신균 신임 대표에 거는 기대감 커
LG CNS는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DX 기술 실력을 중심으로 역량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LG CNS는 역량 레벨을 최소 1부터 최고 5까지 나눠 평가한다. 레벨4 이상인 직원 가운데 △포텐셜 엑스퍼트 △엑스퍼트 △마이스터 △연구·전문위원 등 4단계로 DX 전문가를 선발해 우대한다. 이에 따라 LG CNS에서 AWS, MS,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CSP(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3사 자격증을 갖춘 사내 인력이 2000명을 넘어섰고 AI 빅데이터 전문인력도 약 800명에 이른다.
또한 2016년부터 학력, 전공, 학점 등 스펙과 상관없이 코딩 실력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코드 몬스터’가 열리고 있다.
이는 얼마전 선임된 현신균 LG CNS 대표 겸 CEO(최고경영자)가 회사를 기술역량 중심의 정예 전문가 조직으로 만든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신균 신임 대표는 2010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서 업무혁신 그룹장을 역임하며 전사 차원의 IT 혁신을 주도했다. 현 대표는 2017년부터 LG CNS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 회사를 기술 역량 중심의 정예 전문가 조직으로 이끌었다.
이에 따라 현 대표는 IT 전문역량 중심의 사업 수행 체계를 한층 고도화하고 DX시장을 선도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물론 현 대표가 성공적인 IPO를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LG CNS는 지난 6월 주관사단을 선정해 IPO 사전 준비에 나섰지만 증시 악화로 상장 일정을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