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도 7조원 넘어선 카드사 리볼빙…법정최고금리 육박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리볼빙) 과당경쟁을 줄이기 위한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리볼빙 이월잔액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리볼빙 금리는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최근 5개월간 리볼빙 이월잔액은 말일 기준 △7월 6조6651억원 △8월 6조8099억원 △9월 6조9378억원 △10월 7조756억원 △11월 7조2105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은 △8월 말 기준 2.17% △9월 말 1.88% △10월 말 1.99% △11월말 1.91%다.
리볼빙은 일종의 대출 서비스로,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결제일에 일부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하는 것이다. 잘 활용하면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연체 시 최대 3%의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카드 사용액이 누적되면서 결제할 대금이 불어나면 상환에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8월 카드업계의 자율적인 리볼빙 수수료율 인하 경쟁 촉진과 과도한 리볼빙 판촉 및 불완전판매 감소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분기별로 이뤄지던 리볼빙 수수료율(금리) 공시 주기가 월 단위로 단축됐다.
당국이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리볼빙 잔액은 증가세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10월 들어 다시 올랐다. 지난달에는 10월보다 0.08%p 낮아지기는 했으나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다.
올 10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금리도 전월과 비교해 상하단이 모두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해 하단은 0.16%포인트(p), 상단은 0.27%p가 올랐다. 각 사 별로는 우리카드가 평균 18.46%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롯데카드 17.85% △KB국민카드 17.70% △현대카드 17.12% △신한카드 16.79% △삼성카드 15.35% △하나카드 14.35% 순으로 나타났다.
리볼빙 잔액이 증가하면서 카드사의 대출자산 부실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9월 대출금리 3%p가 상승하면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차주 비중이 16.2%에서 21.1%로 4.9%p 오르고, 카드사 대출성자산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5.2%에서 7.3%로 2.1%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금융사의 잠재부실 가능성 파악을 위해 활용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에서 요주의 등급 여신을 추가해 산출하는 지표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면 부실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금리인상기 취약차주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차주가 증가하게 된다. 리볼빙은 연체되는 금액을 이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볼빙 잔액 증가는 한계차주가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계차주가 늘었다는 것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실대출의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카드업계는 리볼빙 부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조정금리를 낮추거나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리인상이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업황이 어두워지고, 내년 만기도래 채권 차환 부담도 큰 상황"이라며 "조달금리가 올라 금리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어 리볼빙에 제공되던 조정금리를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리볼빙 잔액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당국의 개선방안이 효과를 보였으나 다시 증가세가 늘고 있다"면서 "리볼빙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대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한계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