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2.12.18 09:53 ㅣ 수정 : 2022.12.18 15:51
에너지,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물가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실질임금 하락, 일본 정부 전기요금 억제 등 가계지원대책 서둘러 발표했지만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 따라가지 못해 직장인들 부글부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에너지와 식료품 같은 생활필수품의 물가상승이 계속되며 일본 직장인들의 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번 달 6일에 발표한 10월 노동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직장인들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대비 2.6%나 급락하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하락폭이 2%를 넘긴 것은 첫 번째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2차 추경예산을 염두에 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하며 전기요금 억제 등의 가계지원 대책을 서둘렀다. 전기와 가스비에 대한 부담 경감이나 휘발유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연료비 보조금 등을 연장하여 세대 당 9개월가량에 걸쳐 총 4만 5000엔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출부담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 대책일 뿐이며 실질임금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임금상승이 불가결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시다 정권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지난 6일에 열린 ‘물가, 임금, 생활 종합 대책본부회의’에서는 성장과 배분의 선순환은 내년 봄의 임금상승 여부에 달려있다며 기업들의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당장 일본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이직인데 성장산업이나 생산성이 높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를 늘려서 임금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지난 달 일본 정부가 주최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회의’에서는 기업 간 이직이 활발한 국가일수록 생산성이 높고 임금도 높다는 OECD의 연구데이터를 인용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를 실제로 일본의 노동시장에 반영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일본은 개호나 외식처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기 어려운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인력부족이 심각하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유난히 높다.
그에 반해 화이트컬러로 불리는 정규직과 사무직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남아도는 잉여인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두고 닛세이 기초연구소는 ‘양극화된 노동시장과 정규직을 해고하기 어려운 고용관행이 이직활성화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육성지원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인재 매칭 역시 대기업의 화이트컬러 직장인들을 이직 대상으로 삼는 대책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 역시도 대기업을 포기하고 굳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할 만큼 매력적인 임금 제안이 없다면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전히 정부의 발표내용은 그림의 떡에 가깝다.
애초에 임금 인상여부는 정부가 아닌 기업들의 경영적 판단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임금 인상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성장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엔저나 비용 삭감에만 매달려 이익을 창출하는 기존 경영방식은 분명한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에게도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