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금리마진 은행比 최대 6배 높아…일각선 '직접 비교 불가'
올 9월 말 신용융자 금리차 최대 5.90%
같은 기간 5대 은행 마진보다 '6배' 높아
양정숙 의원 "증권사 금리 투명 공시해야"
일각선 "銀-證, 사업 목표·주 수입 달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에서 나타난 금리 차이가 은행에 비해 6배 높다는 지적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이 수천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증권사와 은행의 사업 목적이 다른 만큼, 두 사업군의 대출 상품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며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금융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9개 증권사들이 지난 9월 말 기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은 금리는 3.02% 수준이었다.
반면 투자자가 가진 증권을 담보로 주식매수 자금을 대출해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신용공여기간에 따라 최저 평균 5.55%(1~7일)에서 최고 평균 8.92%(151~180일)로 책정됐다.
이에 금리 차는 최소 2.53%포인트에서 최대 5.90%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이는 지난 9월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0.97~1.83%포인트)보다 최고 6배 높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대출을 내줄 자금 일부를 한국증권금융에서 융자로 조달한다. 올해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이 융자받은 금액은 총 7조6852억원이며, 평균 금리는 3.02%였다.
지난해에는 평균 1.05% 금리로 7조3675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렸고, 2020년에는 평균 1.27%의 금리로 5조1700억원을 융통했다.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이용 기간이 길어질 수록 높아지는데, 151~180일 구간을 기준으로 한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29개 증권사 중 21개사가 9%를 넘겼다. 이어 8%대 금리인 증권사가 4곳이었으며, 7%대와 6%대를 책정한 증권사는 각각 3곳과 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대형 증권사(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는 모두 9%대 금리를 매겼다.
양 의원은 증권업계가 이 같은 예대마진을 통해 최소 1944억원에서 최대 4535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서 융자한 금액과 조달·대출금리 차를 토대로 추산한 값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020년에 19조2213억원, 지난해에는 23조886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 9월 말까지 17조 1648억원 규모를 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예대마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증권사들의 금리도 온전히 공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양 의원은 "증권사들의 금리 마진율이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증권사들도 은행 예대마진 공시와 같이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은행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도 이달부터 확대된 만큼, 이를 증권사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정책을 두고 증권사와 은행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예대마진이 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원금 손실이나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 주로 대출 담보로 잡는 만큼 증권사가 대출을 내줄 때의 위험성도 커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대출을 내준 뒤에 담보물에 대한 거래 정지 등의 사유가 생긴다면 증권사는 졸지에 미수 채권이 생기는 것"이라며 "증권사가 채권 추심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위주의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비싼 것도 사실이지만, 대형 증권사의 경우 각 지점에 내방을 하게 된다면 더 낮은 수준의 대출 상품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증권사와 은행의 사업 목적이 다른 측면이 있는 만큼,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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