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우리 경제와 증시, 올해에 이어 2023년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기사요약]
투자자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 준 2022년 자산시장
이미 많이 풀린 돈 때문에 2023년에도 미국은 경제와 자산시장을 부양하기 어려워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 부진 우려, 우리의 정책 환경 역시 녹록하지 않아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투자자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 준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 이후 하락을 멈추고 소폭의 반등을 보였지만 코스피는 현재 지난해 7월 초 기록한 3300포인트보다 거의 1000포인트 떨어져 있는 상태고, 3년 만기 국채금리는 같은 기간 1.2%대에서 지금은 3.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새롭게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더 싸진 상황이지만, 지난해 중반에 투자해 지금까지 버텨 온 투자자들은 큰 손실로 고통받고 있다. 그나마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경우 15% 이상의 환차익으로 수익률이 조금 방어되었지만, 전반적인 주가 하락으로 손실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한 해를 앞둔 연말까지도 향후 투자 환경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보통 증시에서는, 12월 산타 랠리, 1월 효과, 나아가 가을에 매수하여 봄에 매도하는 전략이 그 밖의 기간보다 더 성공적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연말 기대감이 높아지는데, 이번에는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또한 부진한 해를 보내고 나면 다음 해에는 성과가 좋아지는, 높은 확률의 역사적 경험 역시 큰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 미국, 지속된 긴축에서 여전히 돈이 많이 풀린 상태라 기대 물가 통제 필요
2023년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년 국내외 경제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긴축적 통화정책 때문이다.
12월 들어 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전보다 줄어들었고,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금으로부터 1회 25bp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 후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지만, 경제에 제약적인 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원자재와 공급망 훼손에 따른 물가상승이 서비스 산업 임금 등 경제의 주요 부문에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에 이후 나타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인력 이탈과 함께 해외 노동자 유입 감소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유동성 수준이 낮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들어 미국의 통화(M2)증가율이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수준으로 돌아서며 실질적인 유동성 흡수가 관찰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8%를 넘어선다.
1970년대 이후 최근까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저량(貯量, stock) 개념으로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상태인 것이고, 이는 물가와 자산가격이 예기치 못한 요인에 의해 다시 오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증시와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중 경제가 나빠지면 중앙은행이 다시금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 경제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8월과 10월~11월의 주가 반등은 이른바 연준의 ‘피벗(pivot)’ 기대감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는 단순히 긴축 중단을 넘어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희망까지 포함한 것이었다.
심지어 12월 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 점도표가 상향 조정됐지만,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실제로 연준이 그렇게 할 것인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연준 인사들은 시장에서 이러한 모습이 관찰될 때마다 더 긴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전히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자산시장의 기대가 물가상승 기대로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 우리 경제와 증시도 수출 부진과 정책 제약으로 당분간 회복 기대하기 어려워
2023년 국내 경제와 자산시장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흐름에 매우 민감한 대외 교역 주도형 경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지속되며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우리 수출은 부진할 수밖에 없고, 무역이나 경상수지도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와 달리 지금은 그나마 경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 오프라인 소비 등에 집중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이 높아져 수입은 쉽게 줄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내수 부양을 위한 재정/통화정책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이마저 쉽지 않다. 영국의 사례에서 방만한 재정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이 확인된 데다, 우리 역시 글로벌 긴축 기조를 거스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내년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를 올해 110조원 대 적자 대비 반 정도인 58조원 대로 계획하고 있고, 재정적자 한도를 일정 규모로 통제하는 재정준칙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주요국보다 조금 덜 긴축적인 행보를 가져가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긴축이 아닌 완화로의 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는 늘 사이클을 가지기 때문에 이번 침체 이후에도 확장, 때로는 과열도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침체가 심해지면 정책 당국도 긴축을 멈추고 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할 것이다. 경기 침체는 일정 부분 감수하는 것이지 목표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면 경제 흐름도 반전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이유를 감안할 때 2023년에 이러한 기대를 갖긴 어렵다.
경제가 이런 모습이라면 위험자산 가격도 추세적으로 오르기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이미 경기 침체를 반영했다고 해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게 자연스럽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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