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방비 지출 증가 추세…미국, 점유율 38%로 세계 1위
2011년부터 세계 방산시장 동향을 파악해 매년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발간해온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 9일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연감에 담긴 주요 내용은 방산업체는 물론 연이은 K-방산 수출 성공에 따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국민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에 그 핵심 내용을 분석하여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은 세계 방산시장 동향과 국가별 방산시장 동향 등 2개 분야로 구분돼 있다. 이 중 세계 방산시장 동향은 세계 국방비 지출, 무기 생산 및 세계 방산기업, 국제 무기 거래, 국방 연구개발 투자, 국방예산 전망, 세계 방산 전시회 등 총 6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세계 국방비 지출에 관해 알아보겠다.
2021년 세계 국방비 지출은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2조113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7%가 증가했으며, 2016년부터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2020년 2.3%보다 0.1% 감소했다. 이는 COVID-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침체로 국방비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1년 국방비 상위 15개국의 지출은 1조7170억 달러로 세계 국방비 지출의 81%를 차지한다. 그중에 1, 2위인 미국과 중국이 나머지 국가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최대 지출국 자리를 지켰으며, 2020년과 비교 시 영국과 프랑스가 두 단계씩 올라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4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방비를 17% 감축해 8위로 떨어진 반면, 이란은 국방비를 11% 증강해 14위에 처음으로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는 미국은 2021년 세계 국방비의 38%에 해당하는 8010억 달러를 지출해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2∼11위 10개국의 국방비 합계와 거의 비슷하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3.5%를 차지하며 2020년에 비해 2.9% 증가했지만, 실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방비 지출이 큰 중국은 세계 국방비의 14%에 해당하는 293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 수치는 2020년에 비해 4.7% 증가한 규모로서, 중국은 27년 연속으로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장기간 국방비 지출이 늘어난 나라가 됐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8.4%로 높은 편이어서 국방비 지출은 GDP의 1.7%에 불과하다.
3위는 인도로 2020년 대비 0.9% 증가한 766억 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했으며, 무기산업 강화를 위해 국방비의 64%를 자국에서 생산된 무기 구매에 사용했다. 4년 연속 국방비 성장세를 이어온 영국이 684억 달러를 지출하면서 2020년보다 2단계 상승한 4위를 차지했고, 5위는 러시아로 2020년 대비 2.9% 증가한 659억 달러를 지출했다.
서유럽 국가 중에서는 566억 달러를 지출한 프랑스가 6위에, 560억 달러를 지출한 독일이 7위에 올랐다. 8위는 556억 달러를 지출한 사우디아라비아가, 9위는 541억 달러를 지출한 일본이 차지했으며, 한국은 502억 달러를 지출해 2020년에 이어 10위를 유지했다. 이후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이란, 이스라엘 순으로 11∼15위를 차지했다.
권역별 현황을 보면, 세계 5개 권역(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오세아니아, 중동, 아프리카) 가운데 3개 권역에서 국방비 지출이 증가했다. 아시아/오세아니아가 3.7%로 가장 높았으며, 유럽 3%, 아프리카 1.2% 순이었다. 다만 중동 –3.3%, 아메리카 –1.2%로 지출이 감소했다. 2021년 세계 국방비 지출은 아메리카(42%), 아시아/오세아니아(28%), 유럽(20%) 등 3개 권역이 약 90%를 차지하며 아프리카는 1.9%로 가장 낮았다.
국방비가 가장 증가한 아시아/오세아니아의 경우, 586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1989년부터 계속 상승하는 추세이다. 중국과 인도의 국방비 지출 증가가 주요 원인이며, 이 권역 전체 지출의 63%를 이 두 나라가 차지한다. 이 권역에 속하는 동아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4110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일본과 한국이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국방비가 가장 감소한 중동의 경우, 186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3.3% 감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과 예멘에서 군대 철수 등을 이유로 지출이 17% 감소해 세계 4위에서 8위로 순위가 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하지만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가장 높은 6개국이 이 권역에 속한다. 오만이 GDP의 7.3%로 가장 높고, 이어 쿠웨이트(6.7%), 사우디아라비아(6.6%), 이스라엘(5.2%), 요르단(5.0%), 카타르(4.8%) 순이다.
국방비가 감소한 아메리카의 경우, 883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1.2% 감소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국가들이 전체 지출의 94%를 차지한다. 중앙아메리카·카리브 제도의 지출은 전체 지출의 1.2%로 미미하며, 주로 군대를 동원한 범죄조직 소탕에 사용됐다. 남아메리카는 전체 지출의 5.1%를 차지하며, 브라질이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418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중 동유럽은 763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러시아가 86%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국방비 지출이 급증했으며, 2014년 대비 2021년 국방비는 72% 증가했다. NATO 발표에 따르면,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의 20%를 무기조달과 국방 연구개발에 편성한 국가는 2014년 5개국에 불과했으나 2021년 19개국으로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국방비가 차지하는 경제적 부담을 측정하는 척도로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비교하는데, 2021년 세계 국방비 지출은 GDP 대비 2.2%로 2020년에 비해 0.1% 감소했다. 권역별로 2021년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보면 중동이 4.3%로 가장 컸고, 이어 유럽(1.8%), 아시아/오세아니아(1.7%), 아프리카(1.6%), 아메리카(1.4%) 순이다.
정부 예산 대비 국방비 지출 현황을 보면, 2021년 전 세계 국가들은 총예산의 5.9%를 국방비에 편성했으며, 이 비율은 2020년과 같다. 평균적으로 아메리카(4.0%), 유럽(4.7%) 권역 국가는 평균보다 적은 비율로 편성했으나, 아프리카(6.1%), 아시아/오세아니아(6.7%)는 평균보다 약간 높으며, 중동 국가는 12%로 가장 높은 비율로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