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태풍’ 지나간 금융권, 새 얼굴 앞세워 ‘안정 속 변화’ 시동
정권교체기 맞아 주요 주요 지주 회장‧은행장 등 연임 제동
농협금융 제외 신한‧하나‧기업은행 등 내부인물로 세대교체
BNK‧우리금융 안갯속...차기 회장 인사 주목, 안정‧변화 갈림길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연임은 없었다. 작년말 ‘관치(官治)’ 논란 속에 임기가 종료된 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은행장까지 대부분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전 임 회장이 중도 사태한 BNK금융지주, 회장 거취 결정이 미뤄진 우리금융 정도만 남아있어 사실상 국내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전방위 교체로 일단락됐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내부출신인 김성태 전무이사가 내정됐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김 전무를 임명 제청했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는 오는 3일부터 3년간 기업은행을 이끌게 된다.
공채출신인 김 내정자는 기업은행에서 약 33년 간 재직하면서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전무이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김 내정자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김승경·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에 이어 다섯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이 된다. 공채출신으로는 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에 이은 네 번째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대표적인 기관이라는 인식이 짙다. 이번 인사에도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이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조 등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내부출신 인사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금융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수장 인사도 교체로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산업은행에 과거 정권 경제수석과 정치 이력을 갖춘 강석훈 회장이 지난 6월 임명됐고. 수출입은행도 지난 7월 내부출신인 윤희성 행장을 새로 맞이했다.
민간 금융사에도 수장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앞서 신한금융은 3연임 기대를 모았던 조용병 회장이 깜짝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새 회장 자리에 오르게됐다. 차기 신한은행장은 한용구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카드 사장은 문동권 신한카드 부사장, 신한라이프 사장은 이영종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 부행장 겸 신한라이프 부사장이 내정되는 등 주요 계열사 CEO도 모두 교체됐다. 모두 50대라는 점에서 회장 교체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함영주 회장 임기 1년차를 보낸 하나금융도 지난달 외환은행 출신이자 그룹 내 재무통인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의 차기 하나은행장 내정을 시작으로 계열사 CEO 전면 교체를 결정했다. 하나증권 사장엔 강성묵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하나카드 사장은 이호성 현 하나은행 부행장이 추천된 상황이다.
두 거대 금융지주가 대규모 CEO 교체를 단행했지만 대부분 내부인물 중심이라는 점에서 ‘안정 속 변화’를 도모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평가된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인사 배경으로 “올해 핵심 자회사인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CEO가 바뀌면서 그룹 전체 변화의 폭이 다소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신임 회장 후보 추천에 따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과정이다”며 “업권에 정통하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역량 있는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함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면 교체를 선택한 신한‧하나와 달리 아직 지주 회장과 은행장 임기가 남아있는 KB금융은 계열사 CEO를 대부분 유임하는 등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
NH농협금융도 모두 새인물로 바뀌었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외부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 큰 차이를 보였다.
NH농협금융은 내부 출신이었던 손병환 회장이 물러나고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로운 회장에 오르면서 다시 관료 수장 역사를 되풀이 했다.
주요 계열사 CEO도 ‘비농협’ 출신 중심으로 교체가 이뤄졌다. 올해부터 농협은행을 이끌게된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제외하면 농협생명은 윤해진 농협은행 신탁부문장, 농협캐피탈은 서옥원 농협생명 마케팅전략부문장 등 중앙회가 아닌 농협금융 내부 인물 중심으로 새롭게 조직을 이끌게 됐다. NH벤처투자는 외부 인물인 김현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신임 대표가 됐다.
지방 금융도 내부 인사에 힘을 준 CEO 교체 인사가 주를 이뤘다.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진행중인 BNK금융을 제외하고 JB금융과 DGB금융은 임기가 남은 회장을 제외한 은행장 등 계열사 CEO가 대부분 교체됐다.
DGB대구은행은 임성훈 행장을 대신해 황병우 전무로 교체했다. JB금융의 전북은행장과 광주은행장도 전임 행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고병일, 백종일 신임 행장을 맞이했다.
BNK금융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지주 회장이 새로 뽑히게 되는 만큼 교체 가능성이 크다. 현 안감찬, 최홍영 행장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안 행장은 현재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같은 인사 교체 흐름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는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 몸 담았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 실장이 농협금융 회장에 오르면서 정점에 다달았던 외풍 논란은 기업은행장 내부 출신 인사 조치로 한풀 가라 앉았다”고 말했다.
최근 BNK금융도 압축된 후보군에 고령의 전직 금융인과 관료 출신 인사가 후보에서 배제되면서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한층 낮아졌다는 평이다.
이달 중 가려질 BNK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이 이름을 올려놓고 결쟁을 벌이고 있다.
내부와 외부 인사간 경쟁 구도를 벌이고 있는 BNK금융 신임 회장에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계열사 CEO 교체 규모나 방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인사도 아직 안갯속이다. 손태승 회장의 임기는 올해 3월 25일로 끝난다.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하지만 손 회장의 거취 결정이 미뤄지면서 지주 회장은 물론 계열사 CEO 인사도 늦춰지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 사태와 관련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은 불투명한 상태다. 손 회장은 지금까지 거취와 관련된 입장 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손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와 이에 대한 이사회 결정이 이뤄져야 계열사 CEO 인사는 물론 조직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임기는 이달 말까지로 후임자를 결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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