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를 최고 연 4%대까지 상향하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상품 특성상 장기간 자금을 오래 묶어두는 걸 선호하지 않는 고객 수요가 몰리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파킹통장 금리는 연 1~2%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뱅보다 자금 조달 경로가 다양한 데다, 굳이 수신고 변동성 확대라는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파킹통장 예치액 5000만원 초과분에 연 4%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예치 금액 한도는 없으며 산정된 이자를 매일 받을 수 있어 일(日)복리 효과가 가능하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10월 연 2.5%였던 파킹통장 금리를 현재 연 3.0%가지 올렸다. 최대 한도는 3억원이며 최근 매일 이자 지급 서비스를 시작했다. 5000만원 기준 매일 세후 3400원 정도의 이자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파킹통장의 경우 연 2.60%에 최대 1억원까지 예치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파킹통장은 연 1~2%대로 금리가 형성돼 있다. 신한은행의 ‘헤이영 머니박스’는 연 2.1%, KB국민은행의 ‘KB마이핏통장’은 연 1.5%, 우리은행의 ‘우리WON파킹통장’은 연 0.9%를 각각 적용 중이다.
하나은행의 ‘머니박스통장’ 금리는 연 2.9%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다만 예치 금액 300만원 이하분에 대해서만 해당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큰 이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금액이 넘으면 금리가 0.1%로 줄어든다.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킹통장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나 금융 상품을 찾지 못한 고객들의 ‘자금 보관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수신고 및 고객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파킹통장이 주력인 토스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6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13조7900만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토스뱅크는 출범 때부터 파격적인 파킹통장 금리를 내세우며 수신고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금리 수준만 놓고 봤을 때 시중은행들은 파킹통장에 대한 매력도를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과 한도 상향 등 공격적으로 파킹통장을 키우고 있는 인뱅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고객·자금 이탈 우려도 제기되지만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은행이 수신 상품을 키우는 건 결국 자금 조달 때문인데, 이미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뿐 아니라 은행채 발행 등 자금 조달 경로가 인뱅보다 다양하다.
또 유입된 수신 자금으로 대출을 내준 뒤 이윤을 내는 은행업 특성상 거치 안정성이 떨어지는 파킹통장은 위험도가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계약 기간을 설정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금이 안정적으로 은행 안에 보관되고 있지만, 파킹통장은 언제 어느 정도의 자금이 빠져 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파킹통장의 지급준비율이 7%(정기예금은 2%)로 높은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라며 “더욱이 시중은행은 비교적 한창 덩치를 키워야 하는 인뱅보다 (파킹통장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파킹통장 등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일반 예·적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섣불리 파킹통장 금리를 조정하면 은행 수익성에 직접 여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약 624조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시중은행들이 파킹통장 금리를 0.1%포인트(p)만 올려도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자금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