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전례없는 경제위기에 ‘이재용표 혁신’으로 위기 정면돌파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1.05 05:00 ㅣ 수정 : 2023.01.05 05:00

올해, 이병철 창업회장 '도쿄선언' 40주년·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 30주년 맞아
이병철 창업회장, 반도체 사업에 대한 놀라운 집념 불태워
이건희 선대회장, 아버지 뜻 이어받아 반도체사업 진출 40년만에 세계 1위 '우뚝'
이 선대회장,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력히 요구
이 선대회장, 취임 30년만에 매출 40배 늘어 삼성 글로벌기업 반열에 올라
이재용 회장, 초일류 삼성 재도약의 발판 마련해야 하는 사명 떠안아
이 회장, 양대 회장 철학에 자신만의 경영철학 더하는 해법 기대 커
재계 "이재용 회장, 혁신 통해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새 먹거리 창출하는 능력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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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27일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2023년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반도체 진출을 선포한 이른바 ‘도쿄선언’ 40주년과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지 30주년을 맞는 해다. 

 

도쿄선언과 신경영 선언은 위기를 두려워 않는 삼성의 도전정신과 성공신화를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양대 회장의 '뚝심경영'이 빛난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돼 기업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위기 속 성공신화를 이끈 양대 회장의 뚝심경영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27일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평소 삼성을 국내 최고 기업으로 이끈 양대 회장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에 따라 이재용 회장이 선대로부터 이어진 뜻에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더해 전례 없는 경기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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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사진 = 삼성]

  

■ 이병철 창업회장 “반도체사업, 누가 뭐라 하건 밀고 나가겠다”

 

이병철 창업회장 업적이라 하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하는 시발점이 된 1983년 2월 8일 ‘도쿄선언’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일본 출장 중이었던 이병철 창업회장은 모 언론사 회장에게 전화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 누가 뭐라 하건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하며 이 사실을 대내외에 공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해 3월 15일 그 언론사에는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오늘을 기해 VLSI(초고밀도집적회로)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은 삼성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조롱했으며 일본 미쓰비시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까지 내놓으며 평가절하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반도체 사업 진출에 매우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실패하면 삼성 위기는 물론이고 당시 취약한 국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창업회장은 반도체가 곧 고부가가치·고기술 상품이라는 확신과 다른 산업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믿음을 토대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뜻은 아들 이건희 선대회장에게도 이어졌다. 아버지 못지않은 반도체 산업을 욕심 낸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에 삼성은 마침내 미국, 일본 등 반도체 선두주자를 넘어섰다. 그리고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40년 만에 세계 1위 기업으로 업계를 제패했다.

 

일찍이 반도체 산업 성장을 알아 본 이병철 창업회장의 뚝심과 선견지명은 삼성을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로 이끈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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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선대회장 [사진 =연합뉴스]

  

■ 이건희 선대회장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삼성은 1990년대 초까지 단순히 전년대비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판매했는 지 등 수치와 ‘양(量)적 성과’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건희 선대회장은 외형 중시 관습에 계속 무게를 두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 그 무렵 삼성 제품은 동남아 등에서 일부 가시적 성과를 이뤘지만 선진국 시장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대회장은 부가가치, 시너지, 장기적 생존전략 등 양보다는 질(質)적 성장을 달성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에 따라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사장단을 불러 모아 “이제 양 위주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는 이른바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당시 남긴 유명한 어록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에서도 삼성이 글로벌 경영환경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결단이 묻어나 있다. 

 

이 선대회장은 ‘일류기업 삼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양 위주 경영이 낳은 폐해인 ‘불량’을 근절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즉시 멈추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후 재가동하는 ‘라인스톱’ 제도를 실시했다. 또한 품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완성된 불량 무선전화기 15만대를 수거해 전부 불태웠다. 

 

기업차원에서 큰 손해를 감내하면서까지 조직 경영관행을 뜯어고친 덕분에 삼성은 이 선대회장 체제에서 비약적 성장을 달성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은 이 선대회장이 취임한 1987년 이후 불과 30여년만에 매출이 40배 가량 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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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 6일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 이재용 회장 손에서 탄생할 삼성의 새로운 혁신 기대 커 

 

조부와 부친에 이어 삼성의 세 번째 총수가 된 이재용 회장은 앞선 양대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이 겉으로 드러나는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이재용 회장은 탈권위, 현장, 포용 등을 지향하며 부드러운 내면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이러한 이재용 회장 이미지에 대해 일부는 이 회장이 내외 부정적 여론이나 불안전 요소를 이겨내고 도전과 혁신을 일궈낼 수 있을 지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조부나 ‘초일류 삼성’을 꽃피운 부친과는 다르게 이재용 회장은 이미 최정상에서 그 이상의 성장을 이뤄야 하는 만큼 험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우려와 달리 삼성은 이재용 회장 체제 아래 그 어느 때보다 혁신과 도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경쟁사들이 바짝 따라붙은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을 강화하면서 차세대 통신과 바이오, 신성장 IT(정보기술)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물론 전담조직 구성과 R&D(연구개발) 등까지 이재용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회장에 오른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마주한 경제 위기를 이재용 회장은 더욱 도전적인 경영행보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2주기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삼성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과감하고 도전적인 경영전략을 주문했다.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새로운 분야를 이끌지 못했으며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보니 절박한 상황”이라며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하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국내에서는 주요 계열사 현장을 잇따라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고 해외로 사업영토를 더 넓혀 전략적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등 광폭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그는 올해 회장 취임 후 첫 신년사를 대신해 모든 계열사 사장단들을 소집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 수요 위축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올해가 이 회장이 ‘이재용표 혁신’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은 굳이 혁신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국내 상위권에 들 수 있었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덕분에 우리나라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많이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회장은 ‘혁신’ 정신으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반도체를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로 키웠다”며 “이재용 회장도 ‘혁신’ 중심 경영으로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낸다면 위기 극복은 물론 한단계 성장한 '글로벌 삼성'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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