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1.27 05:00 ㅣ 수정 : 2023.01.27 08:29
이재용 회장, '인재·기술·동행' 등 '뉴삼성 비전' 제시 삼성전자, 獨메르세데스 벤츠-美애플 반도체 전문가 영입 '눈길' 경력·스펙 관계없이 능력 중심으로 우수인재 뽑겠다는 이 회장 철학 돋보여 경쟁업체 추격할 수 없는 '기술 초격차'로 삼성전자 기술력 세계 최정상 유지 삼성 '베트남 R&D센터' 설립해 글로벌 전략 거점과 첨단 기술 개발 요람으로 만들어 경기도 기흥에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하기 위한 차세대 R&D단지 설립 나서 6G·바이오·AI·로봇 등 '미래 먹거리' 공략해 첨단 기술 선점 가속페달 계열사별 CSR 활동 하나로 통합해 그룹 차원에서 공동 운영하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5·사진)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를 넘나들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그룹 총수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고 그의 ‘뉴삼성’ 비전이 본격적으로 첫발을 떼는 해이니 만큼 그와 삼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경기침체로 재계 전반 실적이 우울한 가운데 올해 산업 기상도 역시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이에 따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이 회장의 경영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회장은 ‘인재·기술·동행’이라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삼성 미래를 AI(인공지능)와 6G(6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먹거리에서 초격차 기술(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 확보를 꾀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 '반도체 성공신화' 가 재현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 회장과 삼성이 걸어갈 '2023년 경영 로드맵'을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이 지금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역대 회장들의 '뚝심 경영'이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인재제일(人材第一)·합리추구(合理追求)', 이건희 선대회장은 인간중시·기술중시를 최우선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그리고 뒤를 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두 회장 철학에 자신의 색을 입혀 ‘인재·기술·동행’을 토대로 '뉴(NEW)삼성' 비전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뉴삼성 시대에 대한 비전을 여러차례 제시했지만 그를 묶은 사법족쇄로 공격경영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족쇄에서 벗어나 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올해를 '뉴삼성'의 서막을 여는 한 해로 장식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몸풀기를 끝내고 이제 할아버지 이병철 창업회장, 아버지 이건희 선대회장 후광에서 벗어나 이재용 회장만의 뉴삼성을 본격화 할 출발선에 서있다.
■ 삼성 '채용문 활짝 연 인재경영'…성별·국적 불문 능력 중심 인사
'인재'는 1938년 3월 1일 삼성상회(현 삼성물산) 창립 당시 이병철 회장을 시작으로 3대 회장 모두 중요하게 여겨온 경영 가치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 2주기 때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룹 핵심 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속도감 있는 인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부 인사 영입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독일 명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 출신 이일환 총괄 겸 크레이티브 디렉터를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해 앞으로 나올 '갤럭시 시리즈' 디자인의 지휘봉을 맡겼다.
삼성전자는 또한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 AMD를 거치고 미국 IT(정보기술)업체 애플에서 12년 이상 반도체 설계 업무를 맡아 온 반도체 설계 전문가 이종석 상무를 MX 사업부에 새로 영입했다.
아울러 국내 배달앱 업체 요기요 강신봉 전(前)대표가 삼성전자 신설조직 '글로벌마케팅실 D2C(Direct to Consumer·온라인직접판매)' 센터장으로 둥지를 옮겨 삼성전자 온라인 역량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경력직 채용 문턱을 대폭 낮춰 임원급 뿐만 아니라 실무진 인재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모든 사업부에 경력 사원 채용 때 ‘학사학위 취득 후 4년 이상 경력 보유자(석·박사 학위취득자 해당 기간 경력 인정)’에게만 지원 자격을 줬는데 오는 2월부터 경력 지원 자격을 2년으로 늘린다.
이는 경력이나 스펙과 무관하게 오로지 기술력 등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초격차 확보…'기술경영' 글로벌 삼성의 원천으로 우뚝
이재용 회장이 이처럼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결국 ‘기술력’ 때문이다. 현재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든 원천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 덕분이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이 회장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기반 넓히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삼고 R&D(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대지면적 1만1603㎡(약 3509평), 연면적 7만9511㎡(2만4052평) 규모의 대형 종합연구소인 베트남 R&D센터는 연구원 2200여명이 상주하며 스마트기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에 관한 기술개발을 연구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반도체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지만 경쟁업체 위협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이를 물리치기 위한 첨단 기술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약 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기흥캠퍼스 내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설립에 들어갔다.
지난해 기공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차세대 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6G(6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 바이오, AI(인공지능), 로봇 등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선점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를 증명하듯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 6G 포럼’을 선보여 6G 기술 연구를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려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또 AI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2017년부터 ‘삼성 AI 포럼’을 열어 세계적인 AI 석학 등 전문가와 함께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현재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준에 오른 삼성의 바이오 역량을 신약개발 R&D에 투자해 위탁개발(CDO) 부문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 '함께 나누고 성장' CSR 프로그램 강화해 '동행경영' 실천 앞장 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재용 회장 뜻에 따라 삼성은 그동안 계열사 별로 진행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통일해 그룹 차원에서 공동 운영하는 방향으로 재편한다.
이에 따라 공동 CSR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에 이바지하고 오랜 기간 지속 가능하며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파악해 청소년 교육, 상생협력 등 두가지 방향으로 꾸몄다.
청소년 교육 중심 활동은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삼성드림클래스 △삼성주니어SW아카데미 △삼성스마트스쿨 등 청소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상생협력 중심 프로그램으로는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C랩(인사이드/아웃사이드) △상생펀드·물대지원펀드 조성 △협력회사 인센티브 지급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나눔키오스크 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만 운영해온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는 5개 전자 계열사와 보안업체 에스원이 동참한다. 또한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디딤돌’ 사업에 삼성 23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이 밖에 임직원의 CSR 프로그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임직원이 사내 CSR 포털에서 원하는 CSR 프로그램을 골라 기부하면 회사가 임직원 기부금과 같은 금액을 내는 '매칭 그랜트'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 말 헌혈버스 4대를 제작해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헌혈버스 제작 비용은 100억여원으로 계열사 임원들이 지난해 수령한 특별격려금 10%씩 모아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그동안 사법 리스크와 직책으로 인한 경영 활동 제약을 털어낸 만큼 올해는 뉴삼성 비전을 더욱 구체화하는 작업이나 과정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어려운 경영환경이 당분간 계속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 회장이 제시한 핵심 경영전략(인재·기술·동행)이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며 “이 회장 경영능력을 재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