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중시 경영' 이재용 회장이 선택한 차세대 먹거리 '인공지능(AI)·6G'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5·사진)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를 넘나들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그룹 총수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고 그의 ‘뉴삼성’ 비전이 본격적으로 첫발을 떼는 해이니 만큼 그와 삼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경기침체로 재계 전반 실적이 우울한 가운데 올해 산업 기상도 역시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이에 따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이 회장의 경영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회장은 ‘인재·기술·동행’이라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삼성 미래를 AI(인공지능)와 6G(6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먹거리에서 초격차 기술(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 확보를 꾀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 '반도체 성공신화' 가 재현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 회장과 삼성이 걸어갈 '2023년 경영 로드맵'을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탄탄하게 키워 온 기존 사업은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가 필수다.
이에 따라 반도체, 모바일 기기 등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있는 삼성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 선점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삼성전자 선행 연구개발(R&D) 조직 '삼성리서치'는 지난해 말 ‘2022년 7대 테크 트렌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7대 테크 트렌드는 △6G(6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로봇 △카메라 기술 차별화 △소프트웨어(SW) 혁신 △헬스케어 △차세대 방송 표준 등이다.
특히 6G와 AI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중장기 전략을 직접 점검할 만큼 관심이 큰 분야다.
‘미래기술 확보는 생존’,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는 이 회장 신념을 토대로 삼성은 신성장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삼성, 전 세계 7개 AI 연구시설 확보…올해 키워드 ‘초거대 AI’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은 연평균 43.4% 성장해 2025년 약 1260억 달러(약 1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등 성장 전망이 밝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AI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AI 시장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상에서 고객가치를 향상시키는 AI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에 따라 △언제나 학습하며 △사용자 곁에 있고 △안전하며 △도움을 주고 △사용자를 위한 AI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중요성을 일찍 인식하고 AI 연구시설 구축을 통해 선행 기술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현재 AI 선생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서울) △영국(케임브리지) △캐나다(토론토와 몬트리올) △러시아(모스크바) △미국(실리콘밸리와 뉴욕) 등 전 세계 7개 지역에 글로벌 AI 센터를 두고 있다.
각 센터는 각각 중점 연구 분야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센터는 언어이해·음성처리·빅데이터 등 연구 외에 각각 센터들이 효율적으로 연구하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조율자 역할을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에는 ‘온 디바이스(On device) AI’와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관련 AI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센터는 기계학습을 위한 데이터 생성과 차세대 딥러닝 등 AI 핵심분야에 대한 선행연구과 함께 비전 인식 관련 연구에, 뉴욕 센터는 로봇 조종(manipulation) 등 미래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2017년부터 ‘삼성 AI 포럼’을 열고 있다. 이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AI와 관련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연구소장 등 AI 전문가들을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전략을 모색한다.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강조해 온 ‘인재경영’ 철학에 따라 국내외 AI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삼성은 2018년 6월 AI 분야 석학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와 이동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영입했다. 당시 이들은 미국 대학 교수직과 삼성전자 부사장급 직책을 겸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삼성전자에 입성했다.
또한 2020년에는 'AI 분야 노벨상'으로 알려진 ‘튜링 어워드’를 거머쥔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삼성 AI 교수로 위촉했다.
AI 핵심 인재를 적극 육성한다는 삼성전자의 경영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시설, 인력 등 AI 개발 인프라 초석을 다진 삼성전자는 올해 ‘초거대 AI’에 주목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몇가지 예시만 가지고도 추가 학습 없이 다양한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초거대 AI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지, 분석, 결과도출이 가능해 상용화되면 산업현장 분석, 금융,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주형 삼성리서치 상무는 “초거대 AI 모델을 통해 AI 기술이 사람 능력을 보완하고 증강시킬 것”이라며 “이 같은 AI가 점점 범용화되면 사회가 더욱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때 저작권 이슈나 AI의 신뢰성, 투명성과 같은 윤리적 책임도 더 깊게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6G 기술 주도 대내외 천명…‘AI+6G’ 시너지 주목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 6G는 현재 상용화 과정에 있는 5G보다 50배 빠른 1Tbps급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 초광대역, 초저지연, 초지능, 초공간화 특성을 갖춘 6G는 원격수술, 완전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등 고도화된 융합서비스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6G 기술이 2028~2030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6G 기술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6G의 비전은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이다.
6G를 통해 △초실감 확장 현실(Truly Immersive XR),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High-Fidelity Mobile Hologram), △디지털 복제(Digital Replica) 등 최첨단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6G와 AI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높이 평가해 상호 관련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기지국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과 통신 단말기 속 전력증폭기 비선형성으로 왜곡된 신호를 기지국이 스스로 보상해 성능을 높이는 수신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부사장)은 “현재 5G가 상용화 초기 단계이지만 이동통신 기술의 한 세대가 10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6G 준비는 절대 이르지 않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6G 기술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6G를 준비하기 위한 기술의 고도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파수 논의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연구기관과 협업하는 등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6G 표준화와 기술 생태계 구축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1년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Radiocommunication, ITU-R) 총회에서 6G 비전 표준화 그룹 의장으로 진출했다.
또 6G 비전을 제시한 ‘6G 백서’, 6G 통신용 주파수 확보를 위한 글로벌 연구를 제안하는 ‘6G 주파수 백서’ 등을 관련 자료를 계속 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첫 ‘6G 포럼’이 열렸다. 6G 분야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학계·업계 관계자들이 6G 연구 현황과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6G 연구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네트워킹 무대인 셈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과 계약학과·연합전공 등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도 직접 양성한다.
삼성전자는 고려대와 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를 계약학과로 신설했다. 올해 첫 입학생을 받는 차세대통신학과는 매년 신입생 30명을 선발해 이론과 실습이 연계된 실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다.
이 학과는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 전액과 학비보조금이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되며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서울대와 포항공대에 연합전공을 만들어 차세대통신 과목을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하면 장학금 혜택을 지원하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I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 AI 산업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술격차를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 등 민간기업 노력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 6G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등 통신 선진국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며 “5G 상용화를 이끈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선제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지속된다면 6G 또한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