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2.01 12:05 ㅣ 수정 : 2023.02.01 12:05
명확치 않지만 구체적 감산 계획 밝힌 거나 다름 없어 올해 카펙스, 시장 상황 등 따라 축소 가능성도 충분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관련해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자연적 감산 가능성을 열어두며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 흐름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삼성전자-좀 더 구체화된 감산 계획.’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일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계속 이어가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카펙스(CAPEX,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감축설을 일축했다.
다만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다”며 “단기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지라도 길게 봤을 때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하이투자증권은 명확한 톤은 아니었으나 보다 구체적인 감산 계획을 밝혔다고 풀이했다.
송 연구원은 “얼핏 듣기에는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만 들릴 수 있다”며 “하지만 동사가 언급했듯이 장기적으로 동사 경쟁력 강화 방안이지만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동사 생산 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라인들의 장비 보수·재배치 기간 동안 웨이퍼 처리량이 줄고, 레가시 공정을 최첨단 공정으로 급격히 전환하면 그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또 초기 수율 부진 시기에는 생산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연구개발(R&D) 용 엔지니어링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면 양산 웨이퍼 투입량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뿐이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보다는 상당히 전향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카펙스를 재조정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카펙스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아직 카펙스 감축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업황 변화와 FCF(잉여현금흐름) 등을 감안해 매분기 연간 카펙스를 재조정해왔던 만큼 상황에 따라 축소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