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출신 마침표냐, 관치금융 재점화냐···우리금융 회장 인사 임박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 4명 확정
내부 2명 vs. 외부 2명 경쟁 구도로
이원덕-임종룡 경쟁 속 전망 엇갈려
금융당국 수장들 연일 강경 발언 중
이사회 막판 고심··조만간 최종 결론
금융권은 내부 출신 CEO 강세 흐름
외부 출신 선임시 관치 논란 불가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판세는 안갯속이다.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4명의 선임 가능성을 두고 갖가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 수장들의 ‘입’이 막판 혼란을 더하고 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은 금융권 최대 화두다. 현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금융권에 불고 있는 내부출신 강세 흐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지만, 외부 출신이 깜작 발탁되면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내부’ 이원덕 vs ‘외부’ 임종룡 격돌···신현석·이동연도 다크호스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4명으로 정해졌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전일 후보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오는 3일 추가 면접 이후 단독 후보를 도출할 예정이다. 추천된 후보는 3월 말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취임한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경쟁은 내부 2명(이원덕·신현석)과 외부 2명(임종룡·이동연) 구도로 형성됐다. 당초 숏리스트가 내부 2명에 외부 1명으로 압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특정 출신이 우세하다는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최종 4명으로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선 사실상 이번 레이스를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의 2파전으로 보고 있다. 조직 안정과 경영 연속성을 위해 현직인 이 행장이 회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과, 전직 관료 출신으로 풍부한 네트워크와 고강도 쇄신 차원에서 임 전 위원장이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공존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회장 선임은 워낙 관심사라 여러 소문들이 돌고 있는데, 다 들어보면 아직까지도 어느 한 쪽에 기울었다고 볼 수 없다”며 “완전 민영화 이후 첫 회장 교체인 만큼 어디 출신의 누가 되느냐가 우리금융 향방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법인장과 이 전 사장을 다크호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두 사람 모두 우리금융에 오랜 기간 몸담으며 쌓은 경험이 무기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관심을 받는 건 이 전 사장이다. 2020년 12월 우리FIS 사장에서 물러나 외부 출신 후보로 분류됐지만, 경영 능력과 조직 이해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내·외부 강점을 모두 보유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 금융당국 수장 연일 강경 발언···우리금융 회장 결과, 관치 금융 시험대
이런 가운데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 차기 회장 인선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금융 임추위 소속 이사회가 이른바 ‘깜깜이’로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주인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 원장은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영향력이 절대적인 금융사 입장에선 이 같은 발언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특정 후보 거론으로 개입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사실상 우리금융 이사회에 ‘올바른 판단’을 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특히 이 원장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손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주요 금융사 중 마지막 차례인 우리금융 차기 회장 인사는 큰 상징성을 갖는다. 최종 후보 ‘출신’에 따라 최근의 내부출신 강세 흐름이 이어질지,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관치 금융 논란이 재점화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뤄진 금융사 CEO 인사에서 신한금융지주 회장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고, IBK기업은행장에는 김성태 전무가 취임했다. BNK금융지주 회장에도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확정됐다. 주요 시중은행장들도 그룹 내부 출신들이 자리했다.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이 행장이나 신 법인장이 선임될 경우 금융권의 내부 출신 저력을 입증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외부 출신이 회장에 오를 경우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특히 관료 출신이자 임 전 위원장의 경우 민간 기업에 대한 현 정부의 관치 금융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은 임추위가 본격 가동된 지난달 18일 금융권 세대 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연임 도전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2018년 12월 취임 이후 약 4년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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