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의 ‘고객 중심’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따른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행장은 지난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그룹·은행 이사회 등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취임식을 가지고 신한은행장에 오른 지 39일 만이다.
한 행장의 사임은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때문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한 행장은 당분간 회사를 떠나 치료에 집중한다.
배포한 입장문에서 그는 “치료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영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며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신한은행의 안정적인 성장과 흔들림 없는 영업 전략 추진을 위해 빠르게 결심했다”고 말했다.
1966년생인 한 행장은 청주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장, 신한금융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은행 영업그룹장 등을 거쳐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특히 한 행장은 오는 3월 취임 예정인 진 회장 내정자와 함께 신한금융 세대교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취임 직후 시중은행 최초로 온라인·모바일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 무료 정책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 행보도 보였다.
한 행장 사임에 따라 신한금융은 차기 신한은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간다.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후보를 정할 예정인데, 오는 8일께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한 행장의 사퇴 의사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자경위를 열어 후임 은행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기 신한은행장은 부행장진에서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까진 지난해 말 한 행장이 선임되기 전 함께 하마평에 올랐던 전필환·정상혁·정용욱 현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도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이미 신한금융은 계열사 CEO 인사를 마쳤기 때문에, 전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이동할 경우 신한캐피탈도 새 수장을 선임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물망에 올랐던 후보들과 크게 변화가 없다면 자추위의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 도출도 길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만큼 진 회장 내정자의 의중도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 행장의 색깔’로 변화를 모색하던 신한은행도 새 행장 선임에 따른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 당시 신한금융의 ‘고객 중심’ 철학을 계승하겠다면서 취약차주 지원과 내부통제 강화, 디지털 혁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