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취임’ 정상혁 신한은행장···기대감 속 위기 돌파 전략 주목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상혁 신임 신한은행장이 15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전임 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약 1달 만에 사임한 뒤 취임한 만큼 일단 조직 안정화와 경영 전략 승계 및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금리·고물가 등 녹록치 않은 금융시장 환경 속 정 행장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사다. 특히 핵심 자회사로서 그룹의 ‘원 신한’ 고도화에 앞장서야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식과 취임사 없이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통상 시중은행장들이 받는 2년보다 조금 짧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취임한 한용구 전 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6일 사임하면서 신한금융그룹은 차기 행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8일 정 행장을 후보로 추천했고 일주일 만에 임기에 돌입했다.
정 행장은 지난해 말 한 전 행장이 선임되기 전 이미 신한은행장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신한금융의 후임자 물색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된 것도 정 행장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바 있기 때문이다.
1964년인 정 행장은 덕원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둔촌동지점장, 소비자보호센터장, 비서실장, 경영기획그룹·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정 행장은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경략·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과거 몸담았던 영업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과 성과를 쌓았고, 자금 조달·운용과 자본정책 실행 등의 역량이 행장 선임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 행장은 경력으로 봐도 영업점 근무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고객 이해도가 높아 영업 전략에 있어 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전 경영 기획 총괄을 맡은 점도 경영자로 선임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정 행장이 빠르게 취임한 만큼 신한은행의 경영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인수인계와 함께 주요 경영진들과 임기 내 추진할 경영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 행장이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가 리스크 대비인 만큼 성장성과 건전성을 모두 잡는 한편, 디지털 전환 등 사업 다각화 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선 정 행장이 임기 초 신한은행에 어떤 색깔을 입혀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한 전 행장의 경우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 정책을 처음 도입해 은행권에 전파한 바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정 행장 역시 ‘고객 중심’ 경영을 계승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센터장, (진 내정자) 비서실장 등을 거친 정 행장 역시 고객 중심 경영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로서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 행장의 어깨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신한금융 순이익 4조6423억원 중 신한은행(3조45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5.5%에 육박한다.
정 행장은 오는 3월 취임한 진 내정자와 함께 신한금융의 ‘리딩금융(순이익 1등 금융지주)’ 경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전환과 비(非)이자 수익 제고,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등으로 그룹의 핵심 가치인 ‘원 신한’을 고도화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