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콜릿 10분의 1도 안 팔려"…편의점주, 밸런타인데이 특수 실종에 '울상'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어제 출근하자마자 밸런타인데이 매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난해에는 행사 상품이 절반 정도 팔렸다면, 올해는 10분의 1도 안 팔렸어요. 남은 재고를 화이트데이 때 처리할 수 있을 지나 모르겠어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앤데믹이후 첫 맞는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기대했지만 신통치않았다고 혀를 찼다.
편의점업계에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밸런타인데이에 매장 곳곳을 초콜릿 제품으로 단장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편의점주는 올해 매장이 여느 밸런타인데이 때보다 유독 한산한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서울 강남과 서초지역 등에 있는 편의점들을 둘러봤지만 밸런타인데이 하루가 지난 15일에도 편의점 밸런타인데이 매대는 여전히 팔리지 않은 행사 상품과 초콜릿으로 가득했다.
김씨는 "거의 100만원치 상품을 발주했는데 겨우 몇 개만 팔린 수준"이라며 "팔린다 해도 저렴한 낱개 상품만 팔릴 뿐, 행사 매대는 눈길만 주고 말더라"라고 답했다.
커뮤니티 상황도 비슷하다. 또 다른 편의점주 B씨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역대급으로 매출이 안 나왔다"며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으니 대박은 아니어도 평균 매출은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매출이 전날(13일)보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밸런타인데이 매대를 없애고 있는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년 편의점, 마트는 기념일을 맞아 전용 매대를 마련하곤 했으나 점점 기존 매대에 기존 단품 제품만 넉넉하게 채워 두는 수준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편의점주 C씨는 "이런 기념일 행사는 경기를 많이 탄다. 물가가 올라서 예년보다 비싼데, 밸런타인데이 상품이 잘 나갈 수 없다"며 "티만 내는 정도에서 단품 위주로 기존 매대를 넉넉하게 채워 뒀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예전 같지 않은 데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 초콜릿 주료 원재료인 카카오와 설탕, 버터, 우유 등 부재료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몇 년 동안 큰 가격 변동이 없던 초콜릿도 올해 초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롯데제과 가나초콜렛은 지난해 1000원에서 올해 1200원으로 20%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기념일을 챙기는 소비자가 줄었다는 점도 원인이다. 또 기념일을 챙기더라도 '비대면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이나 기프트콘을 통해 구매했다.
다만, 편의점 업계는 전년대비 밸런타인데이 상품 매출이 올랐다고 밝혔다.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날씨가 풀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매출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밸런타인데이 매출이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처음 맞는 밸런타인데이다 보니 기대보다 판매량이 적어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제 꽃다발, 인형 등 대표적인 밸런타인데이에 상품은 판매되지 않는 건 사실"이라며 "밸런타인데이가 전처럼 활발하지 않은 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와 컬래버한 상품을 통해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