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17) 3년 만에 다시 찾은 필리핀, 아닐라오③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2.17 15:35 ㅣ 수정 : 2023.02.21 11:12

머리카락이 쭈뼛 섰던 '이 회장 실종사건'의 교훈..."일행과 분리되면 한 곳에서 대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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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emone fish / 사진=최환종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Cathedral point의 유명한 십자가 앞에 갔는데, 갑자기 물고기 떼가 모여 들었다(후에 들어보니 이곳은 다이버가 관광 목적상 빵부스러기 등을 물고기에게 줄 수 있는 허가된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물고기들이 사람이 나타나면 그런 습관적인 행동을 보이는가보다. 물고기가 그렇게 똑똑한가?). 우리가 먹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몰려오는지...

 

필자는 이 회장과 강사가 같이 있는 것을 틈틈이 지켜보면서 십자가 근처에서 예쁜 피사체를 찾아서 촬영을 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 앞을 보니 강사의 뒷모습만 보이고 이 회장이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이 회장이 안보인다. 으악! 어떻게 된거지?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면서 걱정이 앞선다.

 

강사에게 다가가서 이회장이 어디 있느냐고 수신호를 보냈더니, 강사도 놀란다. 우리 둘은 각자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이 회장을 찾기 시작했는데, 잠시 후에 필자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이 회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첫 다이빙을 마무리 하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방카 보트로 올라와서는 이 회장에게 수중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이 회장 대답은 “강사를 따라가다가 순간적으로 상승이 되었고(초보자들이 흔히 겪는 문제다), 부력 조절을 해서 간신히 십자가가 보이는 아래로 내려왔는데 우리가 안보였다. 순간 당황했으나 ‘일행과 분리되면 돌아다니지 말고 한곳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그러면 일행이 찾으러 오기 쉽다’라는 교육 내용을 기억해내고는 십자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마침 저 멀리서 필자의 랜턴(수중 촬영용 조명) 불빛이 보였고, 랜턴 불빛 쪽을 향해 가다가 나를 만났다”는 것이다(그때 필자는 이회장이 내 랜턴의 불빛을 보기를 바라면서 상하좌우로 랜턴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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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촬영한 Stone fish / 사진=최환종

 

수중시정이 좋지 않은 바다 속에서 일행과 분리된 상황은 초보 다이버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내용을 기억하고 침착하게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니 이렇게 훌륭한 초보 다이버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강사와 필자는 파안대소하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기에..).

 

한편, 비록 수중 시정이 다소 불량했고, 카메라를 다루는 것이 미숙했더라도 오랜만에 바다 속에서 유영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만족을 느꼈다. 무념무상까지는 아니지만 물속에서 느꼈던 절대적인 자유와 평화로움! 3년 만에 갖는 이런 느낌과 즐거움을 말로 표현하기는 정말 어렵다.

 

두 번째 다이빙은 리조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Monte Carlo Point에서 했다. 평균 수심은 깊지 않았으나 수중 시정이 불량하여 상쾌한 다이빙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3년 만에 찾은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두 번째 다이빙을 마칠 무렵, 강사가 어딘가를 가리킨다. 혹시나 해서 접근해보니 거북이 한마리가 산호 위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거북이가 필자를 바라보고 앉아 있어야 사진 촬영하기에 좋은 구도인데... 할 수 없이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서 자세를 잡으려고 했지만 잘 안된다.

 

거북이가 떠나기 전에 촬영하려니 마음은 급하고 하필 이때 카메라의 배터리 경고등이 나타난다. 급하게 몇 장을 촬영했지만 다이빙을 마치고 방카보트 위에서 개략 살펴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수중 시정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아래 거북이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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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리고 앉아있는 거북이(위), 정면에서 본 거북이(아래), 마치 필자에게 ‘이봐! 사람 친구! 뭘 봐?’ 하는 것 같다. / 사진=최환종

 

첫 날은 다이빙을 두 번만 하고 종료했다. 아침 일찍 도착했으면 3회는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친 필자는 오랜만에 하는 다이빙이지만 큰 무리없이 수중 환경에서 유영을 한 것에 만족했다. 물론 처음에는 valsalva가 잘 안되어서 힘들었고, 카메라 다루는 것이 미흡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3년 전의 감각을 회복하고 있었고, 바다 속에서 절대적인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에 큰 만족을 느꼈다.

 

리조트로 돌아와서는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한 후에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소리에 식당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다이빙 리조트가 그렇듯이 이곳 “Anilao Bo Hotel & Beach Resort / EESOME Dive”도 식당이 교육장을 겸하고 있다. 윤 선배는 아직도 이론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의 이론 교육 내용 중에는 압력에 관한 내용이 있다. 대기 중의 압력 이론과 수중에서의 압력 이론은 정반대인데(공중으로 올라갈수록 압력은 낮아지고, 수중 깊이 내려갈수록 압력은 높아진다), 공군장교(특히 조종사)의 경우는 공중에서의 압력에 대하여 매우 친숙하기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에서의 압력에 관한 사항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수중에서의 유영은 ‘물’이라는 또 다른 3차원 공간에서의 움직임이므로 공중 공간에서의 기동에 익숙한 조종사에게는 수중에서의 유영이 매우 익숙하다. 다음 편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윤 선배가 마지막 바다 실습 다이빙을 할 때 필자가 옆에서 지켜보니 수중에서의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고 배우는 것이 빨랐다. 강사가 한가지 가르쳐 주면 열가지를 알아서 할 정도였다.

 

저녁 식사 후에 위스키 한잔 하면서 바다에서의 무용담을 펼치는 동안 어느덧 밤 10시가 넘었다. 내일의 다이빙을 위하여 일찍 자야지! 상쾌한 바다 바람을 느끼며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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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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