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다이나믹스(Dynamics) (32)] 행복을 배달하는 ‘와우(WoW)’ 전설의 해체를 보며 (하)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03.03 00:30 ㅣ 수정 : 2023.03.03 08:27
[기사요약] 자포스(Zappos), 지난 1월 약 20% 인력에 해당하는 직원 해고 2년 전 ‘대체불가’ CEO 토니 셰이 사망 이후, 모든 것 아마존 방식으로 대체 대기업 자본의 논리하에서 창업자의 유산은 해체 수순 겪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경기대 겸직교수] 2020년 11월 자택의 화재사고로 CEO 토니 셰이가 사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자포스의 핵심가치는 서서히 해체의 과정을 겪고 있다.
연초 1월에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회사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3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자포스 직원의 정리는 1만8천명 이상의 직원 해고가 예상되는 아마존 정리해고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 CEO 토니 셰이의 사망, 이후 자포스 특유의 유산 해체 수순
여기서 주목할 사안은 자포스의 임원이자 CEO 토니의 오른팔인 타일러 윌리엄스(Tyler Williams)의 사임으로, 12년 전 자포스에 입사한 윌리엄스는 ‘Fun-gineer’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고 CEO 토니가 회사에 주입한 재미있는 가족 스타일의 문화를 직원들에게 보여주어 왔기 때문이다(유명한 “캠퍼스 광장 위에 임시 차양 구조로 달아놓은 68피트 자이언트 나비”도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감축인력에는 CEO 토니가 오랫동안 소중히 여겼던 고객서비스 담당자가 포함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토니 셰이가 자포스를 매각할 당시 아마존은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조건에 동의하였고, 아마존 인수 후에도 토니 셰이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은 꾸준히 유지되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전 직원에 따르면 2019년까지 아마존은 CEO 토니와 그의 팀에게 특정 성장 목표를 달성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20년 8월 갑자기 CEO를 그만두고 약물 및 알코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 나오던 차에 그해 11월 자택의 화재 당시 유독가스 흡입 합병증으로 사망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토니 셰이의 사망 이후 지난 2년 동안 토니 셰이가 남긴 많은 유산이 아마존의 방식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토니의 다소 급진적인 조직관리 방식인 홀라크라시(Holacracy, 전통적인 계층화된 조직구조가 아닌 업무중심의 자발적인 조직운영) 실험이 대부분 폐기되었다.
또한 물류, 주문 처리 및 정보기술 등 일부 자포스 부서는 아마존의 유사 부서에 포함되었다.
또 다른 변화의 예는 더욱더 상징적인데, 원래 자포스의 시그니처인 흰색 브랜드 상자가 모회사 아마존의 표준 갈색 포장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 대규모 자본의 논리가 항상 옳지는 않다
토니 셰이는 자신의 생활에 있어서도 젊어서 억만장자로 성공한 기업가들과는 다른 겸손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했다.
적은 연봉을 고집했고, 사무실 내에서도 CEO였지만 별도의 방이 아닌 직원들과 오픈된 같은 자리에서 일했고, 사는 곳도 라스베이거스 트레일러공원에 있는 240평방피트에 불과한 트레일러였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콜센터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숨기고 하던 관행과는 달리 자포스는 콜센터 연락처를 홈페이지 상단에 보기 쉽게 노출시켰다. 상담원도 아웃소싱 하거나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고객서비스에 대한 핵심가치를 내재화하기 위해 자포스에 입사하는 모든 직원은 직책에 관계없이 4주간의 콜센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실제 고객과의 라이브 상담, 웹채팅 세션을 진행하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전 직원은 1년 중 최소 10시간을 콜센터 업무에 할당한다. 주로 주문이 몰리는 휴가기간이나 연말과 같은 때 업무를 분담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독특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일깨워 주었던 성공신화, 롤모델 기업의 비전들이 대규모 자본의 실적 논리에 의해 훼손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까운 시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