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과제’ 지방 금융사, 자본 조달 안간힘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최근 지방 금융사들이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자본 건전성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다음달 9일 11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DGB금융지주가 지난 28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진행된 수요예측서 1100억원 모집에 146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모집 물량을 모두 채웠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없는 영구채로 5년의 중도상환옵션(콜옵션)을 부여했고, 수요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매월 고정적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투자자 니즈를 반영해 ‘월이자지급‘ 방식을 적용했다.
수요예측 시 공모희망금리는 4.50%~5.40%를 제시했고 발행금리는 연 5.09%로 확정했다. DGB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은 AA-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자본 확충을 위해 진행됐다. 앞서 DGB금융지주는 지난 2018년 2월 처음으로 발행한 5년 콜옵션 신종자본증권 1500억원에 대해 지난 21일 상환(콜옵션 행사)한 바 있다. 콜옵션 행사로 낮아진 총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이다. 이번 발행으로 DGB금융지주의 총자본비율은 13.74%(지난해 9월 말 기준)에서 14.00%로 0.26%포인트(p) 증가하게 된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발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금융사들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올해 들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4대 금융지주사들은(KB·신한·하나·우리) 모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4000억원)을 비롯해 KB금융(6000억원), 우리금융(3000억원), 하나금융(4000억원)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증액 발행했다.
지방 금융사 또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큰 지방금융사의 부실을 대비한 자본 확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방금융사의 경우 지난해 기업대출 증가 등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자본 건전성이 뒷걸음질 쳤다.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38%로 1년 전보다 0.64%포인트(p) 하락했다.
하지만 지방금융사의 자본 조달 환경이 녹록치 않다. 대형 금융지주사에 비해 자본 규모가 작은데다 경기 침체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투자시장에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최근 1500억원 목표로 신종자본증권 모집에 나서 금리 5.8%로 유효수요 1020억원을 모집해 발생한 바 있다. 수요예측 결과가 흥행했다면 2000억원까지 발행금액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실패한 것이다.
DGB금융지주도 미매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당초 DGB금융지주의 목표 발행액은 1500억원 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직전 모집액을 1000억원으로 수정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발행 규모를 조정했다”며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수요예측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JB금융의 미매각 사태가 이번 DGB금융의 발행 규모 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천5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었지만 결국 신고금액이 당초 예정금액에 못미치면서 공시 규모 수준이 1160억원까지만 발행키로 했다”며 “과적으로 초과 모집에 성공했지만 당초 예정액대로 진행했다면 흥행에 성공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