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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로자들 주 69시간 일하고 장기휴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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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중 기자
입력 : 2023.03.06 19:15 ㅣ 수정 : 2023.03.06 19:15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 사실상 폐지...주 단위로 실근로시간 자율조정 가능해져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해 장기휴가 사용 가능
정부,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안 국회 제출 계획...다수당인 민주당 반대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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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경기도의 한 벤처기업에 다니는 연구원 A씨는 3월 말까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이다. A씨는 밤을 세워서라도 이 목표를 달성할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행 '주 52시간제'에 따르면 제약이 있다. 일주일에 52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까지만 일할수 있다. 만약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면 A씨를 고용한 사업주가 처벌을 받게 된다. 

 

정부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앞으로 A씨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 한 뒤 긴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주 최대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확정했다. 핵심은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푹 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같은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어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봤다. 현재는 근로자 한 명이 1주일에 1시간만 초과해 53시간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된다.

 

 

사업주 처벌을 피하려고 근로자가 실제로 더 일해도 52시간만 일한 것으로 '꼼수'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공짜 노동'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에 정부는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즉,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되면 주 단위 근로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이 많아지고, 일이 적은 주에는 반대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 경우 한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정부는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서는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 30분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확대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 근로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 시차출퇴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2021년 도입률은 6.2%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1년 4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지만, 이번에 다시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탄력근로제의 실효성도 높인다.

 

현재는 탄력근로제 도입 시 대상 근로자와 근로일, 근로시간 등을 사전 확정해야 하는데, 사후 변경 절차가 없다. 이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로 사전 확정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근로자대표제도 정비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결정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나 방법 등 관련 규정이 없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선출 절차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근로자대표를 맡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를 맡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도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특정 직종·직군의 근로자를 뜻하는 '부분 근로자'에만 적용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부분 근로자와 근로자대표가 협의해야 한다.

 

정부가 이 같은 개편을 추진하려면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이번 정부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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