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빼고 다 바뀌었다···시중은행장도 ‘인사 태풍’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금융권 인사 태풍이 시중은행까지 덮치는 모양새다.
신한·하나·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행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4개 시중은행이 새 수장을 맞이하는 셈이다.
이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 변화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장기 집권을 부정적으로 보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주요 금융사 인사에서 농협·하나·신한은행의 행장이 차례로 교체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재근 행장의 임기가 오는 11월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인사가 단행되지 않았다.
먼저 농협은행에는 농협중앙회 출신 이석용 행장이 지난 1월 정식 취임했고, 이어 하나은행도 하나생명 대표를 지낸 이승열 행장으로 교체됐다. 신한은행장에는 정상혁 자금시장그룹장(부행장)이 지난달 취임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잔여 임기가 남은 이원덕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 행장이 바뀔 예정이다. 후임자는 다음 달 초쯤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말하는 5대 시중은행 중 잔여 임기로 바뀌지 않은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4개 시중은행장 모두 교체되는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임기 종료를 앞둔 전 행장들이 역대 최대 실적 등을 발판으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모회사인 금융지주 회장 교체가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인사에서 농협금융에는 이석준 전 국무위원장이 새 회장으로 취임했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각각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상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함영주 회장이 취임했다.
은행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로서 회장-행장 간 유기적 호흡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사의 표명은 외부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익 비중으로 보면 금융지주에서 은행의 기여도가 여전히 큰 수준이고, 사업 추진 때도 은행의 역할이 많이 요구된다”며 “지주를 경영할 때 은행의 뒷받침이 중요해 회장과 행장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에 부는 세대 교체 바람도 영향을 끼쳤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경우 1964년생으로 전임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1961년생)보다 3살 어리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대응한 ‘젊은 피’ 투입으로 조직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의 장기 집권 문화를 정조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지주 회장 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일각에선 앞으로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사실상 연임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