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3.18 07:54 ㅣ 수정 : 2023.03.18 07:54
증권사 SVB 사태에 노심초사...미국주식 주간매매·CFD 서비스 한창 전문가들, 국내 증시까지는 번질 우려 없어...상황, 예의주시 분위기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복병을 만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터진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해외투자 서비스를 놓을 수 없어 증권사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서학개미를 모으고자 미국주식 주간매매 서비스와 차액결제거래(CFD)의 장전(프리마켓)거래 서비스, 각종 이벤트 등을 내놓으며 유치전이 활발하던 참이었다.
지난해부터 증시 침체가 이어지고 환율 급등으로 서학개미들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이러한 서비스들은, 당장 서학개미들을 붙들기에는 SVB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증권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129조5000억원이었던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지난해 1분기 112조8000억원, 2분기 93조7000억원으로 매 분기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해외주식 거래 대금은 8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급감했고,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7243억원으로 전년도(8508억원) 대비 14.8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SVB 파산 여파로 단기간 국내외 증시 변동성은 있으나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았다. 삼성증권만 독점했던 미 증시 주간거래가 개방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이 예고됐다.
현재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가능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키움증권·토스증권·교보증권·메리츠증권·한화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 등 11곳으로 늘어났다.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미국 대체거래소(ATS)를 통해 정규 거래 시장 이전에도 매매하도록 한 서비스다. 주간거래 시간에는 1000여개의 주요 종목 거래가 가능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SVB 사태는 짐작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이 사태 이전에 대부분 완성돼 서비스를 내놨고 이후 내놓게 될 증권사들은 사태가 진정된 후에 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증권사들은 사업다각화 전략 중 하나인 차액결제거래(CFD)의 장전(프리마켓)거래 서비스를 내놓으며 서학개미 잡기에 공들이고 있었다.
해외주식 CFD는 기존 교보증권(2018년)과 한국투자증권(2019년), 하나증권(2019년) 등 3곳이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이 연달아 오픈했다. 이중 올해 CFD 프리마켓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KB증권과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CFD(Contract For Difference)는 전문투자자 전용 서비스다.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2017년 1조9000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CFD 거래금액은 2020년 30조9000억원까지 넘어섰다가, 2021년에는 무려 70조원대까지 불었을 만큼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CFD 거래가 가능한 개인전문투자자 수도 해마다 늘어 2017년 말 1219건에 불과했던 등록 건수가 2021년 말 2만4365건으로 거의 20배나 뛰었다. 이렇다 보니, 해외주식 CFD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던 증권사들은 SVB 여파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나마 이번 사태가 국내 주식시장으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는 국내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의 완만한 상승이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히 한국은 SVB 사태의 영향권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SVB 사태로 인한 미국 금리의 불안이 미국주식시장으로 전이되고, 한국에는 외국인 수급을 통해 전달되는 경로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며 고객들을 불러모으는 데도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법정 신고기간에 맞춰, 해외주식 거래고객에게 무료 세무신고 대행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메리츠증권 이용 고객 중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에서 250만원을 초과하는 양도 차익이 발생한 내국인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신청기간은 이달 20일부터 4월 14일까지다.
유진투자증권도 해외주식을 처음으로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성공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주식 첫 거래 이벤트’를 다음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온라인 고객이 이벤트 기간 내 해외주식을 처음 거래하고 거래금액이 300만원 이상이면 10달러의 투자지원금이 제공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실리콘밸리 사태로 미국 정부도, 우리 정부도 시장 상황 점검과 수습에 적극적이니 만큼 더 악한 상황으로 번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당장 투자심리가 작용해 투자를 꺼려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 증권사들이 해야하는 서비스를 느슨하게 할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