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 진출 노리는 인터넷전문은행…카드시장 뒤흔드나
핀테크 업계, 당국에 금융권 진입장벽 낮춰달라 요구
카카오뱅크, 카드 시스템 구축 나서며 진출의지 보여
카드시장 이미 포화상태…'출혈경쟁' 심화 우려도
업계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수익 내기 어려울 것"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카오뱅크가 신용카드업 진출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금융당국도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고 약속하면서 카드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 기업들은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입장벽 완화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핀테크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인터넷전문카드사 도입 등의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전문카드사는 카카오뱅크‧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영업하는 카드사를 뜻한다.
핀테크 기업들은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은행과 비은행 간의 경쟁 촉진과 함께 핀테크 업권의 금융업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카드사와의 협업을 통해 제휴카드만 발급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자체 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되면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신용카드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은 카카오뱅크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해 5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용카드 라이선스 취득을 통한 신용카드업 직접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2월 카드 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신용카드 라이선스 취득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제 인허가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 역시 신용카드업 진출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2021년 10월 신용카드업 라이선스 취득과 관련해 정부와 초기 단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토스뱅크는 2021년 이후 누적 손실이 2189억원에 달해 신용카드업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신용카드업 진출과 관련해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업에 진출하게 되면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1명당 보유 신용카드 수는 3.9장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72%는 신용결제였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카드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어 수익을 거두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허가까지 통상 2년 정도가 소요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 진출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업에 진출한다면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 카드사들도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기존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마케팅 과열 등 출혈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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