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3.28 07:12 ㅣ 수정 : 2023.03.28 09:57
반도체 1·2분기 실적 우려에도...외국인 삼성전자 집중적 매수세 증권가, 하반기부터 실적·주가 개선 기대감...목표주가 유지·상향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미국·유럽 은행권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에 힘입어 반등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업의 1·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순매수하고 있어 ‘7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해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6조40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으나, 삼성전자는 4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반도체 업황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에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돌아온 외국인, 수급세 더 힘받을 수 있나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27일)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43%) 내린 6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만에 하락했지만, 지난 22일부터 3거래일 연속 1%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24일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463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 주간(20일~24일)으로는 삼성전자를 705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간을 넓혀 봐도 최근 2주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9051억원)한 종목 역시 삼성전자다. 지난주(20~24일)에만 7053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직전주 순매수액(1997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어났다.
삼성전자 주가는 좀처럼 6만원 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5만99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외국인의 수급세에 힘입어 지난주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 6만원에서 지난 24일 6만3000원까지 올라섰다.
■ 실적 바닥 전망, 투자 늘릴 것..."이익의 빅배스...주가 움직임 시점"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주가 흐름이 반도체 업황 저점을 찍고, 3분기 이후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감산에 대한 기대감과 삼성전자 D램 반도체 수요량이 올 3분기 270억개를 기록하고 공급량도 265억개 이상 웃돌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실질적 감산을 진행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주가 개선이 예상된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D램 재고는 21주를 웃도는 수준으로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고 있었다. 올 들어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상승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실적 바닥을 보고 투자를 늘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주가가 실적을 6~9개월가량 앞서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사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 3분기(15조8175억원)보다 3분기가량 앞선 2021년 1월 초순에 9만원대까지 상승하며 고점을 기록했다. 더 이전인 2020년에도 3분기 실적이 가장 좋았으나, 주가는 1월에 고점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론 주가 역시 최근 2주간 11% 상승했다.
하나증권은 국내 반도체의 1분기 이익 전망치(최저 컨센서스 기준)는 2조6000억원 적자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1조7000억원 적자를 넘어서고 있다고 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도 이익의 빅배스를 감안한 주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증권가, 삼성전자 하반기부터 실적·주가 개선 기대감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최근 바닥을 지나고 있어 점차 회복세가 나타나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하거나 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상반기 실적 둔화를 충분히 반영한 상태에다가, 올해 2분기부터 나타날 실적 개선 방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목표주가 8만2000원을 유지했다.
KB증권 역시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는 고객사의 재고감소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축소 효과가 점차 반영돼 점진적 수급개선이 전망된다며 목표주가 8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급은 2분기 이후 재고감소와 공급 축소 효과로 개선이 예상된다”며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공급축소 효과는 3분기부터 수급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대폭 올린 곳도 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7만원에서 8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력뿐 아니라 다운 사이클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가 가능하다”며 “선단공정, 공급망 재편, 첨단 자외선 반도체 인쇄 기술(EUV) 선제 적용 등의 변화를 통해 다음 업황 회복기에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