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보험' 한계에 실적 부진한 디지털손보사…'사업모델 확대 필요' 지적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4.02 06:00 ㅣ 수정 : 2023.04.02 06:00

캐롯손보, 지난해 당기순손실 795억원…전년 比 22%↓
하나‧신한EZ‧카카오페이 등 디지털 손보사 모두 적자
수익성 낮은 '미니보험'에 대형사도 뛰어들며 경쟁 심화
"단기간 흑자 전환 어려워…혁신적 상품 발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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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해 인터넷 전문 손해보험사(이하 디지털 손보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심화하고 있다. 출범 당시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급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부진을 거듭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7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당기순손실 650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22.31% 증가한 수준이다.

 

2019년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보는 올해 5년차를 맞았지만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출범 당해연도인 2019년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382억원, 2021년 650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른 디지털 손보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의 지분 70%를 인수하며 탄생한 하나손해보험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702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사옥매각 효과를 보면서 당기순이익 20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면서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6월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그룹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탄생한 신한EZ손해보험은 10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출범 직후였던 지난해 3분기 신한EZ손보의 적자 규모는 29억원이었으나 4분기 76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하면서 손보업계를 뒤흔들 '메기'라는 평을 받았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해 2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현재 온하인 금융사기와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금융안심보험'만 취급하고 있는데,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10월 2건, 11월 3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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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각사 발표자료 / 그래픽=뉴스투데이 김영주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수익을 위한 투자 단계이며, 적자는 예상했던 것"이라며 "일상 속 위험에서 사용자를 보호하는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며, 보험에 대한 인식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손보사들이 부진하는 이유로는 상품의 한계가 지목된다. 디지털 손보사는 젊은 세대를 주 타깃으로 한 '미니보험'을 주로 취급한다.

 

미니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고 가입 기간이 짧아 수익성이 낮다. 보험료가 낮은 만큼 손해율 관리도 까다롭고 기간도 짧아 자산운용에도 제약이 있다. 게다가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들도 미니보험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경쟁력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손보사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보장성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은 물론 사업모델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이나 정교한 위험 측정 및 데이터 분석과 같은 독자적 기술 기반 솔루션의 제공 등 사업모델의 확대가 요구된다"면서 "독자적인 기술 기반 솔루션 제공 및 서비스를 연계하는 사업모델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초기 적자폭은 보험 산업의 특성상 시스템 구축 및 인지도 향상, 마케팅 등 대규모 투자 비용이 수반되는 구조와 사이버 마케팅(CM)으로 한정된 영업채널에서 기인했다"며 "제한된 채널 속에서도 비약적인 가입자 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 비율 감소와 손해율 개선을 통해 손익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장기보험 판매 계획이 있으나 판매 시기는 조율 중이며, 현재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디지털 손보사의 업력이 3~4년 정도로 길지 않은데, 흑자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빠른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손보사에 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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