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경바시' 시즌2] (2)팀장급 직원은 육아휴직 현실 호소하고 김동연 지사는 윤 정부 저출산 대책 직격

모도원 기자 입력 : 2023.03.30 06:50 ㅣ 수정 : 2023.03.30 06:50

29일 '경바시-인구문제 기회 토론회’ 개최...경기도청 직원들이 겪는 현실 육아문제 쏟아져
김동연 지사, "정부에서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거창하지만 어떤 알맹이가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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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인구문제 기회 토론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저희 팀에 5명이 있습니다. 한 분은 육아 단축 휴가를 사용 중이고 또 한 분은 다음 달 육아휴직이 계획돼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은 내년에 결혼하고 나머지 한 명은 아이를 준비 중입니다. 저도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가지고 있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2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인구문제 기회토론회’에서 도청의 팀장급 직원인 A씨가 설명한 사연이다. 이미 경기도에는 육아휴직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주변 눈치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을 토로한 것이다. A씨는 계약직으로 대체 인력을 써도 몇 달 안에 그만두기 부지기수며, 남아있는 직원에게 업무를 배분하면 주는 사람도 미안하고 받는 사람도 불만이라는 현실도 지적했다.

 

경기도는 29일 경기도청 대강당에서 '경바시-인구문제 기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2일 20~40대 도청 직원들과 저출생 대응 토론을 한 지 1주일 만에 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 프로그램으로 확대 개최한 것이다.

 

■ 김동연 "깊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못 만들 것"

 

김동연 지사는 “얼마 전 직원 110명과 함께 이 문제 가지고 한차례 토론을 했는데 그와 같이 육아 문제, 출산 문제, 직장에서 애로, 결혼 안 하고 계신 분이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 것 같다”라며 “도민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정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못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정부에서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 고령위원회를 통해서 거창하게 발표했지만 저는 어떤 알맹이가 있는가 싶다”라며 “이제까지 해왔던 정책의 연장이고 사실은 저출생 대책이 아니거나 또는 꼬리표를 붙여 예산을 크게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인구정책담당관의 인구문제 현황발표 뒤 열린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 돌봄, 교육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펼쳤다. 메모지에 미리 적어 전달한 내용도 소개됐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업무량이 많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다. 육아휴직 대체인력 제도를 개선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정책적이나 복지적인 면이 개선되는 거에 비해 조직이나 사회에서 앞선 세대들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분들의 경력을 인정해 이들을 채용하고, 지원해주는 제도를 만들자”, “눈치 안 보고 육아시간을 쓸 수 있게끔 대직자의 처우 개선에도 신경 써달라”, “교육세 혹은 지방세 일부를 ‘공동 양육세’라는 명칭을 만들어 출생과 양육, 보육 정책을 실현하는 데 쓰면 어떨까?”, “초등학교 1, 2학년의 돌봄 공백을 학교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 등 경험에서 우러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 김종우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 의장 "경기도에서 채용 협조 안해줘 단기 계약직으로 밖에 대체 못해"

 

한편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보다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 협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기도에서 육아휴직을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우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 의장은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는 정원의 10%가 넘는 이 인원들이 육아휴직에 들어가 있는데 경기도에서는 정원 보충을 안해주겠다고 얘기한다”라며 “단기계약으로 뽑아서 쓰라고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리하고 신용 분석하려면 상당한 전문성이 있어야 해 단기 계약직은 활용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은 휴직자가 발생할 경우 휴직자의 직급에 상당하는 인원을 채용해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보통 각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단기 계약직이나 수시 인사를 통해 신규 직원을 임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별도로 규정된 법령이 없어 경기도의 협조가 필수다. 

 

중앙정부 소관인 공기업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육아휴직에 따른 별도 정원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경기도 산하기관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법에는 육아휴직 법령이 없는 상태다.

 

경기도 산하기관들은 법령이 아닌 각 기관의 규정에 따라 별도 정원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기도의 협조가 미흡해 휴직자로 인한 업무 공백을 충분히 매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우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하기관은 채용이나 정원관리에 있어서 지자체와 협조를 하게 돼 있다”라며 “우리는 법령이 없어 규정에 따라 별도 정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기도에서 채용 협조를 안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단기 계약직은 사실상 도움이 안돼 육아휴직은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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