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3.30 10:04 ㅣ 수정 : 2023.03.30 20:58
"게임스탑 사태 당시 ETF 대차거래 일조해"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소형주 이차전지 매매 폭이 커진 가운데, 증권가에서 이 같은 매매 중 일부가 숏스퀴즈 수요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숏스퀴즈란 헤지펀드가 주가 상승에 따른 공매도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다시 사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것을 말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0일 보고서를 통해 "어제 후성이나 엔켐, 씨아이에스 등의 사례처럼 이차전지 중소형주의 주가 급등락이 최근 자주 확인되고 있다"며 "연초 에코프로비엠 등 일부 기업에 한정된 것과 달리 이달 초부터는 이차전지 중소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매 수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적으로 드는 의문은 해당 종목들이 글로벌 펀드에 편입하기에는 크기가 작고, 바스켓 매수(개별 종목이 아닌 다수 기업을 동시에 매수) 성격이 짙다는 점"이라며 "CFD(차액결제거래) 등 장외파생상품계약 설정 목적의 매수라는 가정은 여전하지만, 국내 배터리 ETF(상장지수펀드) 종목을 타겟으로 한 것 같은 움직임도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ETF 매도는 발견되지만 100억원 수준의 매도 수준을 높게 평가할 수는 없으며, ETF와 NAV(순자산가치)의 괴리율도 크지 않다"며 "국내 이차전지 종목을 매매하기 위한 헤지(위험 회피) 포지션 목적의 매수일 수도 있으나, 우선 ETF 바스켓과 관련된 외국인 매매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차전지 업종의 상승 랠리는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진행한 인베스터 데이(투자자의 날) 전후로 지속됐으며, 외국인과 개인의 매매 수준도 크게 늘었다. 에코프로비엠 등 일부 종목의 공매도와 대차잔고의 급감도 확인된다.
고 연구원은 "다만 이차전지 종목의 공매도 제한이 이달 15일 이후 없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수요가 감소한 측면도 크지만, 비교평가 기준이 되는 기간의 공매도 거래대금 상승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의 이차전지 ETF 매매동향에 따라 종목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꼽았다. 지난달부터 ETF 가격이 급등해 차익실현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 신탁 자금으로 판단되는 자금 유입 규모도 작지 않다. 일부 종목은 ETF 매매에서 비롯된 현물 매매로 종목 급등락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고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에코프로의 코스닥 대형 3사 외에도 이차전지 대형주의 대차잔고 감소는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며 "반면 최근 3사 외 코스닥150의 대차잔고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과 종목별 신용융자잔고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은 유의할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1년 초 게임스탑 사태에서 헤지펀드사들이 개인 투자자의 스퀴즈 수요를 극복한 과정에 ETF 대차거래가 일조한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게임스탑은 주간 수익률 788.3% 수준으로 급등하며 공매도 세력들이 잔고를 확보하기 어려웠는데, 게임스탑의 ETF 편입비중이 20%를 상회할 수준으로 급상승하며 관련 물량을 대차하고 매도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외국인의 최근 국내 ETF 바스켓 매수로 추정되는 매매는 앞에 언급한 발행시장 경유 측면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별 종목을 공매도하기 위한 대차거래는 대여물량을 100% 상환해야 하고, 해당 종목의 주가 급등 시 숏커버링(빌려서 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사는 환매수)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대여수수료 부담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ETF를 보유하거나 매수한 이후 바스켓을 해지해 개별 종목 현물로 교환하고 이를 매도할 경우 관련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해당 ETF에서 편입 비중이 과도하게 상승한 종목은 특정 시기에 리밸런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차거래 측면에서 본다면 상환물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