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2차전지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코스닥지수를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종목들에 조정이 올 경우 시장에 전반적인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권가 관측이 나왔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주 국내 증시의 주인공은 2차전지 업종이었다"며 "2차전지가 강세를 보이면 시장의 거래대금이 편중돼 다른 섹터들이 부진했고, 반대로 2차전지가 주춤하면 다양한 섹터들에서 시장이 전개되는 다채로운 시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이번주 코스피는 유입 강도가 약해졌지만, 2주 연속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피인수로 은행업 리스크의 시발점이 일단락됐지만, 후속 위험 요인들로 크레디트스위스(CS)나 도이치뱅크, 찰스슈왑 등이 등장해 불확실성이 연장되고 있다"며 "이에 자금 흐름은 대형주에 치중돼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고, 중소형주는 개인들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원은 시장에 자금이 유입됐으나 국내 시간으로 오는 1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경계감과 남아 있는 은행업 리스크 관련 불확실성에 공격적인 베팅은 자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객이 전도돼 2차전지 업종이 지수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불확실성과 실적 추정치 하락 등의 기존 악재를 고려하면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2차전지 업종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396조원으로 코스피의 21%에 불과한다. 올해 개인 거래금액은 코스피 대비 약 두 배인 953조원에 달했다. 또 최근 상승에 비례해 레버리지 자금은 신용융자 잔고도 코스피(9조원)보다 4000억원 많은 9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연구원은 "이렇게 상당한 투자 자금이 속한 시장이지만 지수의 움직임은 코스닥 시총 1~3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가 좌우하고 있는 중"이라며 "해당 종목들은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의 10~20%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나증권 자체 분석에 따르면 코스닥지수의 상관계수는 상위 3사에서 0.88, 2차전지 업종 전체에서 0.93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연구원은 "2차전지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해당 종목들은 최근 주가 급등과 맞물려 개별 투자된 레버리지 자금도 함께 증가했다"며 "코스닥지수의 명운을 쥔 2차전지의 조정이 발생할 경우 유입된 레버리지 자금으로 인해 자금의 스퀴즈가 발생해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는 국내 증시 전체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투자 시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에도 기민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