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 ① 은행권] 사라진 대출금리 상승 동력···수익성 둔화 불가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4.11 10:05 ㅣ 수정 : 2023.04.11 10:05

은 기준금리 연 3.5% 동결 결정
물가 상승률 4%대 초반 수준 둔화
은행 대출금리 상승 요인도 사라져
시장에선 긴축 종료 기대감 반영돼
금리 하락→이자 감소··수익성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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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출금리 상승 억제 효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채권 시장에 긴축 종료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대출금리 상승 동력은 더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확대 기조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기준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 상승세가 둔화되는 건 은행 입장에서 악재다. 주 수익원인 ‘이자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실적 감소와 잠재 부실 등 앞으로 나타날 업황 변화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물가 하락·금융 불안 고려한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삼성본관빌딩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1월 연 3.25%에서 연 3.50%로 0.25%포인트(p) 인상한 뒤 2월과 4월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3월에는 금통위 회의가 없었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보다 4.2% 올랐는데, 전월(4.8%) 대비 상승폭이 0.6%포인트(p) 줄었다. 

 

또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뱅크(CVB) 파산 등 유동성 위기 등으로 촉발한 금융시장 불안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는 연말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 초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나, 이제는 그동안 금리를 인상했던 파급효과를 지켜볼 시간”이라고 전망했다. 

 

■ “상승 요인 없다” 대출금리도 진정세···시장은 ‘긴축 종료’ 기대감 

 

기준금리가 동결된 만큼 은행권 대출금리도 큰 변동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흐름을 봤을 때 뚜렷한 상승 요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형성된 수준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 7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3.69~5.91%로 집계됐다. 특히 변동형 주담대는 연 4.18~6.22%를 기록했다. 올 초 상단이 연 8%를 넘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한 데 기인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봇(pivot·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아진 게 채권시장에 반영됐고, 결과적으로 대출금리가 하락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도 내림세다. 지난 2월 기준 3.56%로 전월 대비 0.29%포인트(p) 하락한 가운데 3월은 하락폭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수신 상품 금리와 동행해 움직이는데,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금리 동결로 시장금리가 출렁일 가능성도 사라졌다.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외 요인으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 지속 여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 상승 수혜’ 은행들, 이자 이익 감소 불가피 

 

그동안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대출 자산에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이자 이익 규모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은행권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 전망대로 대출금리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 은행에 유입되는 이자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경기 침체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 등 리스크 대비 비용도 부담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거둔 이자 이익은 36조9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올라탄 은행들은 영업 이익의 80% 이상을 이자 이익으로 채웠다. 다만 올해의 경우 이자 이익과 영업 이익, 순이익이 연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이 역성장하며 원화 대출 성장률은 0.4%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대출금리 상승은 다소 둔화하는 동시에 수신금리 상승은 지속하는 영향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8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NIM은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금융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쓰인다. 대출금리 하락세에 탄력이 붙으면 NIM이 떨어지고, 은행의 수익성도 나빠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은행권에선 올해 충격 수준의 실적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이자 이익 감소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비(非)이자 이익 증대로 균형을 맞추는 게 이상적이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자 이익이 줄어든다는 건 상대적인 기준에서 나오는 전망이며 큰 폭의 감소세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연체율 관리와 적당 규모의 대손충당금 적립, 기업대출 확대 등의 전략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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