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토목 비중 줄이고 친환경 신사업으로 갈아타는 건설사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전통 사업영역인 주택과 토목을 벗어나 친환경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ESG경영을 중시하는 세계적 기조에 맞춰 일찍이 기반을 닦아온 친환경 신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들은 폐베터리 처리와 수처리, 탄소포집, 소형원자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친환경 부문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기존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이래 친환경과 에너지 사업을 키워왔다. 당시 SK에코플랜트의 전체 매출에서 환경·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 비중은 14%였지만, 지난해 27%로 비중이 늘었다.
SK에코플랜트의 주력 사업은 전기·전자 폐기물(E-Waste)과 재생에너지 사업이다. E-Waste 처리 전문 기업인 테스를 주축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 중이다.
현재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호주 시드니 서부 등에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용 시설을 추가로 구축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약 3700㎡ 규모의 ITAD(IT Asset Disposition) 전용 공장을 준공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또 이미 오랜 기간 시장을 꾸준히 장악해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신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1.7% 증가한 규모다. 이 실적을 견인한 사업은 GS건설이 2011년 인수한 GS이니마의 수처리 사업이다. GS이니마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 4053억원을 기록해 신사업 매출의 절반을 이끌어냈다.
전 세계에 200개 이상의 수처리 플랜트 시공 실적을 보유한 GS이니마는 유럽, 북아프리카, 미국에 이어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미 시장까지 진출했다.
GS건설은 최근 목조 모듈러주택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목조모듈러주택은 표준화된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단독주택이다. 탄소 발생이 적어 건설산업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공법이다.
GS건설은 2020년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 2곳을 인수한 뒤,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왔다. 자이가이스트는 지난해 경기도 하남에 프리패브 공법으로 시공한 고급 단독주택을 콘셉트하우스로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DL이앤씨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능력을 주축으로 한 탈탄소 산업과 소형모듈원전(SMR)에 주력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그동안 CCUS 기술 경쟁력을 키워왔다. 10여년 전부터 한전전력연구원이 주도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S) 국책연구과제 1~2단계에 모두 참여해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현재 하루 3000톤, 연간 100만톤 규모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본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탈탄소 솔루션 전문기업인 '카본코' 설립과 함께 탄소포집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수주를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1조원 규모의 수주를 목표로하며 2030년까지 수주액을 2조원으로 확대한다.
더불어 DL이앤씨는 SMR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DL이앤씨는 지난 1월 미국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DL이앤씨는 앞으로 엑스에너지와 함께 SMR 플랜트 개발 사업을 하면서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정관변경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향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사업과 수소 플랜트 등의 기술력을 선점해 에너지 전환 사업을 본격화한다.
SK에코플랜트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은 당장 돈을 못 벌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건 아니다"라며 "기존 주택 사업들은 단순히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친환경은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라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신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