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확보만 된다면야"…경쟁사에 손 내미는 건설사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신사업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경쟁사에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기술선점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을 꺼리지 않는 모양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소형모듈원전(MMR: Micro Modular Reactor) 전문 기업인 미국 USNC와 탄소배출 없는 수소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이번 합작을 통해 '수소 마이크로 허브(H2 Micro Hub)'를 구축한다. 수소 마이크로 허브는 원자로를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플랜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핑크 수소로 분류된다.
이번 합작은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USNC와 함께 4세대 원자로를 적용한 초소형모듈원전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를 공급한다.
양사는 MMR과 SOEC의 기술적 특징을 활용하면 수소 생산에 대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이번 합작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MMR에서는 고온의 증기가 나오니 이를 활용해 SOEC로 수소를 생산하면 더 효율성 있게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상호 전략적 이유로 합작이 성립됐다"라며 "이를 통해 수소 생산 방식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MOU가 가지고 있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에선 원자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려는 실증 연구 시도가 미비한 형편이다.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비용, 그에 따라 갈수록 늘어나는 발전 단가, 사고 위험성 등이 약점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이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도를 잘 안하는 편"이라며 "다만 MMR은 안전도면에서는 기존의 원전보다 월등히 안전한 시스템이고 부지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좋다. 만약 이 시스템(수소 마이크로 허브)이 다 갖춰지면 기존의 수소 생산 방식보다 효율이 높고 수소 단가도 낮출 수 있는 경제성을 보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설 로봇 분야 에코-시스템 구축 및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개척지로 통하는 건설 로봇 분야에서 양사가 그간 개발한 로봇을 상호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향후 양사는 건설 로봇 분야 얼라이언스(Alliance·연합체)를 구축하고 연구·개발과 사업화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산업 간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질의 건설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타 산업 부문의 유입 등을 통해 확장해나감으로써 다품종 소량생산, 높은 개발비용, 기술적 한계 등 현재 직면한 이슈들을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