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 워싱턴 선언이 과대 포장된 립서비스라고 비판한 까닭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핵확산 억제에 대한 얘기를 아주 화려한 포장으로 립서비스로 포장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7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5주년 학술회의 : 평화의 봄을 부르다'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하며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어 "한미동맹은 굳건하고 상호방위조약이 맺어져 있고 핵확산 억제에 대한 얘기는 어떠한 비상한 사태를 상정하는 것인데 우리는 전쟁이 나거나 갈등이 생겼으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지 이와 같은 식으로 하는 것은 남북관계 원칙에 맞지 않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확장 억제(핵우산) 강화를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것이 한반도 평화를 강조한 4·27 판문점선언에 비해 사실상 후퇴된 개념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사실 북한의 핵위기가 갈수록 고조됨에 따라 '자체 핵무장'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반에 달할 정도로 한국의 핵능력 강화에 대한 지지세가 확장되는 추세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형 핵공유'를 구체화하는데 역점을 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지사가 그 대척점에서 서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이어온 대북정책 철학의 가치를 재차 역설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미동맹의 핵우산 강화 흐름에 뚜렷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김 지사는 "4·27판문점 선언 5주년 바로 전날 이루어진 한미정상회담, 소위 워싱턴선언이라고 불렀다"며 "그 선언 속에서 어떤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서 아까 말씀드린 것을 포함해서 립서비스와 과대한 포장이 있을 뿐이지 정말로 우리 국익을 위해서 또는 우리가 견지해왔던 원칙과 철학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성과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5년 전 4·27 판문점회담과 선언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어쩌면 워싱턴 선언이 있기 때문에 5년 전 판문점선언이 더욱 뜻깊은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남북 간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철학, 가치, 외교에 있어서의 원칙, 경제운용, 국가운영에 있어서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해야할지에 대한 좋은 생각과 나름대로 우리 자체 성찰을 하는 좋은 날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 경제분야 성과도 정면 비판..."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는 들러리였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경제분야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저는 2주 전에 미국 방문을 해서 몇몇 주지사들을 만났고 우리 기자들에게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경제정상회감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나온 공동성명서를 보니까 경제는 완전히 들러리였다. 저는 미시간 주지사도 만나고 하면서 IRA나 반도체(지원법) 관련해서 업체 얘기 민원을 풀어주고 한 것도 있었는데요. 제가 이렇게 했던 것은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경제문제만큼은 확실한 진전된 해결책을 기대했는데 경제는 들러리였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는 지금 이 어려운 국제상황에 있어서 각자도생하면서 이미 이념과 진영의 틀을 벗어난지 오래됐는데 우리만 스스로 진영논리에, 진영의 틀에 갇혀서 이와 같은 정상회담 결과와 같은 외교의 무원칙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결국 국빈 만찬을 위한 정상회담이었지, 국익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지정학적인 리스크, 경제위기 가능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와 같은 것들의 가장 큰 근저에는 리더십 위기가 있다 생각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외교, 또는 남북한 문제라든지, 또는 제가 오랫동안 해왔던 경제를 포함해서 리더십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과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플로리다 주지사를 만나서 얘기하면서 이와 같은 국제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 속에서의 리더십 리스크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와 같은 것들의 근본적 원인이 리더십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도는 북한과 가장 접경지역 면이 넓은 도입니다. 대한민국 국방 전력의 반 가까이가 경기도에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85% 이상이 경기도에 있습니다. 경기도에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전부 다 있습니다. 이런 접경지대인 경기도가 오늘 4·27 판문점선언 5주년을 맞으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그맣게 시작하겠다. 다음달부터 하는 'DMZ 오픈 페스티벌'부터 시작해서, 주제를 평화와 생태로 잡았습니다. 이것부터 시작해서 이와 같은 4·27 판문점선언의 취지와 철학 면면이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가 최선을 다하겠고. 가장 큰 광역자치도로서 지금 중심을 못잡고 있는 중앙정부에 대해서 워치독 역할을 하면서 제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경기도, 한반도평화포럼, 포럼 사의재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정전 70년과 4.27 판문점선언 5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문가들과 평화정책을 발굴하고, 평화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4.27 판문점선언 5주년 학술회의'는 2개 부문으로 진행돼 1세션은 '정전 70년과 4.27 판문점선언', 2세션은 '한반도 군사위기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1세션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회로, 이정철 서울대 교수,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 등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2세션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사회를 맡았으며, 김도균 전 남북군사회담 수석대표,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발표를 필두로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종대 전 국회의원 등이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