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의 여파로 벤처캐피털(VC) 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는 비교적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를 내고 "주식시장은 SVB 충격에서 회복했지만, 벤처시장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난달 미국 VC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든 약 71억달러(약 9조5000억원)인데, 연초 이후 누적 금액으로도 6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벤처 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지난달 투자금이 5700억원대에 그쳤다"며 "지난해 1개월 평균 투자금이 1조원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벤처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비상장 시장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창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가능해지고, 인수·합병(M&A)이나 세컨더리 펀드(이미 투자한 벤처의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펀드)들이 현재 40% 이상 신주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폐지된다.
김 연구원은 "이처럼 부진한 시황에서도 투자가 양호한 분야는 AI"라며 "오픈AI가 연초 마이크로소프트의 100억달러 투자와 별개로 270억~290억달러 평가가치에 3억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AI 시장은 지난 1~4월 투자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는데, 전체 글로벌 시장 투자금이 60%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편"이라며 "국내 역시 AI반도체나 AI자연어처리, AI영상진단 등 기존 산업에 AI를 결합한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한동안 소강 상태였던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공모 기업들의 사이즈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상 시총 1000억원 미만~1000억원 중반 기업들이 다수였던 지난 1분기와 달리, 약 5000억원 규모의 기가비스나 나라셀라, 큐라티스, 마녀공장 등 1000억원 후반~2000억원 초반을 목표로 한 기업들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