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 '식량안보·세계 10위 식량기업' 일궈낸다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식량사업이라는 날개를 새로 단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 정탁)은 국내 식량안보 책임까지 떠안고 세계 10위권 메이저 식량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량사업은 2차전지소재, 에너지, 리튬 등과 함께 포스코그룹의 7대 전략 사업 가운데 하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에 매출 8조 3066억원, 영업이익 2796억원을 일궈냈지만 지난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식량소재 사업이 식량 트레이딩 판매 호조와 해외 투자법인 인니팜(인도네시아 대규모 팜 농장) 영업이익 증가, 친환경 소재 수익성 개선 등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직전 분기 대비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번 실적은 포스코에너지와 합병 이후 통합법인이 발표한 첫 실적으로 증권사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를 12% 웃도는 숫자다. 이에 대해 증권 업계는 합병효과가 발휘되고 회사 전략사업인 에너지, 철강, 식량 등에서 실적이 호조된 데 따른 결과라고 풀이한다.
이에 힘입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계 10위권 메이저 식량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원곡 조달체계 확보 △안정적 식량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 △애그테크(Ag-Tech) 신사업 육성 등 3대 전략을 2030년까지 투자해 경작지 86만ha(약 26억평) 확보, 연 생산량 710만t, 가공물량 234만t 체제 구축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전문 종합사업회사로 위상을 다지고 최근 중요시하는 국가 에너지·식량 안보에도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식량사업에 잰걸음
국내 상사 가운데 런던곡물거래협회(GAFTA), 유지류거래업협회(FOSFA)의 유일한 회원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옥수수, 밀, 쌀, 대두 등 주요 곡물을 중심으로 국내 수입 뿐만 아니라 전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등 아시아,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 북·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삼국간 거래를 늘려 주요 곡물 트레이딩 업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주요 식량 사업으로 브라질산 대두를 중국에 판매하고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를 곡물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터미널은 곡물을 건조·저장·분류·운송하는 유통시설로 주로 곡물 주산지나 강·항만·철도 등 운송시설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4분기 발표한 IR(기업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식량 사업인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의 곡물 취급량이 줄어 재고손실 반영으로 식량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법인이 지난해 취급한 물동량은 31만t으로 2021년(76만t)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항만 봉쇄로 터미널 운영이 일시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월 국내기업으로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내 투자자산인 곡물터미널이 설비 피해 없이 부분 가동해 해외 식량사업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우크라 전쟁이 시작되고 터미널 운영이 일시 중단됐지만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는 고객 요청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육로 운송을 통해 옥수수와 호밀, 보리 등을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에 남아있는 1만6000t 규모 재고물량을 올해 3월까지 출하를 끝낸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재고물량 1만6000t은 계획대로 출하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분간 터미널을 비상 운영해 정상화에 대비하고 전쟁 이후 가치사슬(밸류체인) 확장을 추진하기 위해 현지 유망 영농기업을 선정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한다"며 "또한 수요가 늘고 있는 곡물 가공분야에 진출해 국내 곡물 반입 확대를 위한 내륙 저장시설 추가 투자 등도 함께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식량 보호주의 경향 두드러져 이에 따른 식량 안보 중요성 커져
지구온난화로 곡물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우크라 전쟁마저 발발해 이에 따른 식량 보호주의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러-우크라 전쟁 발생 이후 주요국간 정치·경제 갈등이 심화돼 식량안보 문제는 향후 늘 발생하는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농지면적이 협소하기 때문에 쌀을 제외한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비율(이하 곡물자급률)이 지난 80년대 이후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 2017년 25.6% △2018년 24.1% △2019년 23.3% △2020년 22.4% △2021년 20.9% △2022년 19%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주요 추진과제로 2027년까지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공급망 확보를 중심으로 과거와 차별화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통해 가동을 시작한 2019년부터 러-우크라 전쟁 이전까지 연간 약 250만t 규모 곡물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 수출해왔다. 또한 2020년에 밀 7만t, 2021년에 옥수수 5만t, 지난해에는 옥수수 6만t을 국내로 들여와 폭등하는 곡물과 사료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주력하는 식량사업이 당장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진행 중인 식량사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은 취임 당시 "식량사업은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며 "조달 능력 증대와 수요 자산 투자를 통해 사업기반을 튼튼하게 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식량 사업을 넘어 식량안보까지 책임지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