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낸 OCIO 시장…증권가, 초기 선점 총력전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운용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 공략에 나섰다.
OCIO는 각종 공공기관 및 연기금으로부터 여유자금을 위탁받아 굴리는 사업자를 말하는 데, 현재 100조원 규모로 판이 커지다 보니 이 자금을 유치하려는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2조원 수준인 국내 OCIO 시장이 향후 10년간 8배 급성장해 100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사들이 OCIO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이유다.
아울러 연기금·민간기업·대학기금 등 다양한 특성의 잉여자금 위탁 운용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OCIO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간 국내 OCIO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가 주도했다. 증권사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두각을 보였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OCIO 시장 선점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OCIO 시장 최대어로 꼽힌 6조6000억원대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오는 7월부터 4년간 기금 운용을 전담한다.
미래에셋증권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면서 선정돼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셈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부터 8년간 고용보험기금의 운용을 맡아왔으나 오는 7월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미래에셋증권은 OCIO 시장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나, 2021년 OCIO 관련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덕분이다.
아울러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 한국거래소의 유휴 자금 1500억원을 운용할 OCIO 기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거래소 자금 위탁운용사 평가 결과 상위 1,2위에 두 증권사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최종 선정까지 확정되면 OCIO 자금 규모 1500억원 중 1000억원은 NH투자증권이, 5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아 운용하게 된다.
2022년 900억원 규모에서 증액된 이번 OCIO 기관 선정에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이 참여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20조 규모 주택도시기금과 1200억 규모의 서민금융진흥원 운용 계약을 따내는 등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전문적인 퇴직연금 운용이 필요해지면서 향후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OCIO 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각 사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OCIO 시장은 인력·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우선인 데, 자리는 잡아가고 있다”며 “OCIO가 두터운 비즈니스 모델로 거듭나려면 차별적이면서 수탁자의 선제적 운용 역량 강화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증권사, OCIO 시장 출사표…전담조직·인력 확충 대비
주관에 선정되지 못한 증권사들도 OCIO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 및 인력을 보충하는 등 앞으로의 입찰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OCIO펀드를 출시하며, OCIO 시장 공략에 나섰고,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솔루션본부 산하에 OCIO솔루션부를 신설했다.
KB증권은 OCIO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조직개편과 인력보충을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정영채 대표 직속으로 OCIO 사업부를 두고, 사업부 산하에 전담 기획부서와 운용부서 신설하는가 하면, 전문인력 교육 과정인 'OCIO 스쿨'을 운영하며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공적기금 유치 이력은 없으나 기금,법인 OCIO 운용 인력과 마케팅 인력을 충원해 오면서 전담운용 인원수 등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IPS그룹 내 OCIO본부를 만들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하고, 지난해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를 유치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OCIO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진입이 시도되고 있고, 중소형사는 진입 자체가 제한적이다”며 “하지만 법인 퇴직연금 계약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OCIO 부문을 공략하는 증권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