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닮은 무더기 하한가...후폭풍 또 맞나, 증권가 '술렁'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갑작스러운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일이 벌어지자, 당국은 불공정거래가 있는지 긴급 점검에 들어가면서 곧바로 해당 종목들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증권사들은 지난 4월 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만 특정 증권사에서 매물이 집중되지는 않았고, 이번엔 CF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에서도 물량이 나왔기에 CFD 반대매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방림(003610)·동일산업(004890)·만호제강(001080)·대한방직(001070)·동일금속(109860) 등 5개 종목이 비슷한 시각에 의문의 하한가를 맞았다. 가장 먼저 방림이 가격제한폭인 30% 급락했고, 이후 나머지 4개 종목이 30여분 만에 잇따라 하한가를 찍었다.
해당 종목들은 2~3년에 걸쳐 꾸준히 오르다 갑자기 뚝 떨어졌다. 특히 2021년 이후 방림과 만호제강 주가는 3배 가까이 올라섰고, 동일산업은 2배 정도 뛰었다.
SG증권의 매물 폭탄 첫날 하한가를 기록했던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약 4조원이 증발했다. 이후 채 두달도 안돼, 하한가 5개 종목으로 시총 기준 5000억원가량이 날아갔다.
SG증권발 논란이 된 8개 종목은 대성홀딩스(016710)·선광(003100)·삼천리(004690)·서울가스(017390)·세방(004360)·다우데이타(032190)·하림지주(003380)·다올투자증권(030210)이었다.
이와 관련해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일당 주가 조작과 유사 사건이 터지자, 누군가 주가를 조작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우리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더 커지게 됐다.
이번에도 실제로 전일 국내 증시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0.72% 떨어진 2,619.08을, 코스닥지수는 2.79% 급락한 871.83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미국 6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으로 변곡점을 맞을지 주시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 강세 효과에 힘입어 우리 증시도 낙관론을 그리고 있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일 "오늘 국내 증시는 미 5월 CPI 결과와 역외에서 1,260원대 진입한 원·달러 환율 등 긍정적인 매크로 여건 속 테슬라(+3.6%), 엔비디아(+3.9%)발 미국 전기차와 인공지능(AI) 성장주 강세 효과에 힘입어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주가조작 사태 주범으로 지목됐던 차액결제거래(CFD)처럼 후폭풍을 우려했다. 아울러 해당 종목들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이른바 '작전주'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라덕연 주가 조작 사건과 비슷한 양상이 눈에 띈다”며 “통정매매와 대부분 거래량이 많지 않고 우량한 기업인 데다가, 주가도 최근 계속 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가 조작 의혹 대상자가 개인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우려될 CFD 관련해서도 그렇고, 금융당국이 빠르게 조사한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대차잔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5조원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이런 부정적 이슈가 또 터지면서 공매도를 부추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 전에 이미 해당 종목들에서 이상 신호를 발견했고, 검찰과 공조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악한 상황이 번지지 않도록 긴급 점검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5개 종목에 대해 15일부터 매매를 정지하고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며, 3개 종목(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속한 거래 질서 정립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강구 중이다”며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