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권태욱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식품업계가 과연 라면값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라면값을 내리게 되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인하다. 당시 업체들은 "서민 생활 안정에 기여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인하를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 부총리가 라면값 인하를 언급한 이유는 현재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9~10월 라면가격을 인상했을때 보다 50% 안팎 떨어졌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려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추 부총리는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어려우니 시민단체들이 나서달라고 주문까지 했다. 이는 식품업계에 압력을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가격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 같은 압력을 행사한다는 게 정말 아이러니하다.
먼저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인 시장경제 체제와는 어긋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말했고, 지난달 국내 10대 재벌 대기업 총수와 중소기업인, 청년 벤처기업인들이 참여한 중소기업인대회에선 "반시장적 경제 정책을 시장 중심 민간주도, 기업주도 경제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시장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기능이다. 정확한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것인데 이것을 마치 통제하고 억누르는 식의 반시장적인 발상을 한다는 게 경제정책 수장께서 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
이번에도 정부의 압박에 라면 업계가 13년 만에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라면업계들은 제분업체들로부터 밀가루를 매입하는 만큼, 국제 밀가루 가격과 비용이 직접 연동되지는 않는다. 사실 밀이나 곡물이나 에너지는 전부 다 선물이라 지금 내려갔다고 해서 당장 돈 주고 돈을 주는 값이 내려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라면 값은 제분업체에서 라면업체가 밀가루를 받는 것이지 밀을 직접 사다 빻아서 라면을 만드는 건 아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물가는 잡아야한다. 하지만 국제 밀가루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만으로 어느 품목 하나를 콕 찍어서 값을 내리라고 경제부총리가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제총리의 라면값 인하 언급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일일이 가격 통제에 나서는 건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경제 체제가 기조인 만큼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