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정석 ADD 박사, “전자전 고려 없는 무인戰 준비는 허상” 주장
김정은의 전자전 훈련 명령 사실과 러캐머라 사령관의 한반도 전자전 훈련 필요 주장 제시
중·대형 드론은 자체 전자전 보호 강화, 소형드론은 충분한 수적 우위와 저가 소모성 필요
[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기술연구원의 이정석 수석연구원(공학박사)은 지난 23일 막을 내린 ‘무인이동체 산업엑스포’의 드론 특별세션에서 ‘현대전의 게임체인저 드론, 전자전을 대비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정석 박사는 이날 1시간 분량의 발표를 시작하며 ‘현황 인식’ 부분에서 2021년 북한 김정은이 하달한 2022년 훈련 명령 내용과 지난 4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관한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의 군사준비태세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 발언을 인용했다.
김정은은 당시 훈련 명령에서 ‘핵과 전자전 집중’을 강조하며 “2022년을 새로운 전자전 싸움 준비 완성의 해로 만들자”고 말했고, 러캐머라 사령관은 “한반도에서 전자전 발생 가능성이 있고 훈련도 필요하지만, 현재 전자전 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이런 훈련을 할 능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박사는 한국을 이미 추월해 놀랍게 발전한 ‘튀르키예의 드론 개발 현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정부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진화적 개발을 거듭하면서 개발과 양산 배치 프로세스를 중첩해 전략적으로 신속획득을 추진해온 사례를 들면서 “한국의 순차적 프로세스와 더딘 의사결정 매커니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후 ‘전자전 환경의 드론전 사례 분석’을 통해 그는 “대공망이나 전자전 능력이 우수한 상대에 대한 드론전의 한계가 노출됐다”며 튀르키예의 명품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 초기에는 성과를 냈으나 우수한 전자전 장비가 러시아에 배치된 후 한계에 봉착한 사실을 전했다.
이어진 ‘미국의 드론 개발 방향’ 부분에서 이 박사는 “미국도 고가의 유인전투기를 단독 운용하기보다 저가이고 수명은 짧으나 재사용이 가능한 반자율 무인기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유무인 협업을 위한 인공지능(AI)과 저비용 소모성 무인플랫폼이 결합한 ‘Skyborg’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발표를 마무리하는 ‘결론’ 부분에서 ‘미래를 대비한 질문’이라며 4가지 교훈과 2가지 제언을 내놓았다. 튀르키예 드론 사례 분석을 통한 첫 번째 교훈은 “절박함과 획득 프로세스의 속도 없이 한국군의 신속한 드론 전력화는 없다”며 “우리 안보 상황은 관료적 규제가 획득 프로세스 속도를 방해하도록 허용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교훈은 “소형드론의 벌떼 작전은 우리의 공격수단이자 적의 공격수단도 된다”면서 “전자전 능력이 강한 상대와 전쟁을 대비해 드론의 ‘소모성’을 인식하고 그에 적합한 ‘저가’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교훈은 “북한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 배운다며 북한의 전자전 능력을 파악하고 전자전을 고려한 무인기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중·대형 드론은 상대의 전자전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전자전 보호를 강화하고, 소형드론은 적의 방공망을 압도하고 전투속도를 저하할 충분한 수적 우위를 갖되 저가 소모성 전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교훈은 “국내기업이 주도하는 안티드론(Anti-Drone)을 준비해야 한다”며 무선주파수 분석 등 드론 모니터링 기술 4가지와 RF Jammer, GPS Spoofers, High-energy lasers 등 드론 대응 기술 7가지를 열거했다.
이어서 마지막 제언으로 국방과학기술혁신은 ‘사활적 국익’의 문제이므로 민간주도로 과감히 확대해 민군협력을 넘어 융합으로 나가야 하며, 그동안 방산업계에 덧씌워진 방산비리란 주홍글씨를 제거하고 대통령 주관의 ‘방위산업진흥확대회의’를 부활하자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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