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회 보좌관 13년차가 ‘오너 총알받이’로 이직하면 국민적 손실
보좌 13년차 기업 대관 담당 부장으로 이직 잦아, 15년차 이상은 기업이 부담스러워
화력한 이력의 보좌진들 고용은 불안, 기업 대관 담당으로 이직하면 사실상 소모품 취급?
국회의원과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유능한 보좌진의 이직은 국민입장에서 뼈아픈 손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회의원의 성패는 유능한 보좌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보좌관이나 비서관의 능력이 의정활동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하지만 유능한 보좌진은 언제나 부족하다. 한 마디로 인재난이다. 유증한 보좌진은 수시로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들이 기업 대관 담당자로의 이직이 빈번해지면서 국회 인재 누수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데이터 센터 화재로 임원들의 국회 호출이 잦았던 카카오의 경우도 의원 보좌진 출신을 대관 담당자로 대거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기업에서 의원 보좌진 중 어떤 사람을 대관 업무 담당자로 영입하느냐는 점이다. 기자가 만난 A선임비서관은 의원 보좌 13년차로 현재 중진 의원을 보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동기 상당수가 대관 담당자로 이직했다”고 했다. 15~17년 차는 임원급이라 부담스러워 부장급인 13년차를 기업에서 선호한다는 것이다.
13년차 정도 되면 국회 내 풍부한 인맥과 정치력을 갖추고 있어 대관 업무를 진행하는데 수월하다. 보필했던 의원이 3선의 핵심 당직자였다면 보유한 인맥과 정치력은 상당할 것이다.
이런 인재들이 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로 가게 되면 무슨 일을 할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자사의 임원이 국회에 불려 가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있다 해도 사전 조율을 통해 임원이 받게 되는 데미지를 최대한 줄이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정감사 때 기업 오너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회 대관 담당자들은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마치 영업사원처럼 다니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 의원회관에서 출입증을 교환하는 사람 중 양복 차림에 가슴팍에 회사 배지를 부착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대기업 대관 담당자들이다.
대관 담당자들은 기업 내에서도 승진이 제한돼 있다. 통상적으로 가장 높게 올라가야 상무 정도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B상무도 진급에는 고배를 들었다. 타 기업 대관 담당자가 업무에 문제가 발생하면 “B상무를 찾아가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설적인 인물이지만 기업 내에서는 육두품 신세다.
최근 의원 보좌진들의 이력이 화려해지는 추세다. 미국 유수의 대학교를 졸업한 인재가 의원 수행비서를 하고 있는가 하면 변호사 출신이 정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또 정당에 직원으로 들어가서 청와대까지 진출한 후 당직 의원 보좌진으로 합류하는 등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도 있다. 그뿐인가, 국회에 근무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사람들도 많다.
총선이 끝나면 의원 보좌진들은 대거 물갈이 된다. 연임에 성공한 의원의 보좌진은 변화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물론 국회사무처에서 초선 의원 보좌진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겠지만,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가 영입된다면 누군가는 국회를 떠나야 된다.
이 같은 고용불안정성은 인재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요소이다. 특히 기업에서 소모품처럼 치부되는 대관 담당자로의 이직이 빈번해지고 있어 국회내 인력 손실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의원과 함께 입법 발의를 준비하고 정부 기관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10년차 이상의 보좌진들의 이직은 국민 입장에서 뼈아픈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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