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6.27 07:23 ㅣ 수정 : 2023.06.27 07:23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1분기 CIR 30%대 영업이익 증가에 판관비 감축 효과로 하락 경영 효율성 높아졌지만 사회적 책임 부담 상생금융 정책에 수익성 둔화 전망 지배적 점포 폐쇄 제동으로 고정비 절감에도 제동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영 효율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흐름 속 고정비 감축 노력이 효과를 냈다. 다만 최근 은행을 향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커지면서 비용 감축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영업이익경비율(CIR) 평균은 38.8%로 전년동월(44.6%) 대비 6.3%포인트(p) 하락했다. 전년 말 CIR 평균(45.4%)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더 두드러진다.
CIR은 은행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 총영업이익에서 인건비·전산료·임대료 등 판매·관리비(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벌어들인 돈에서 지출하는 돈이 적다는 의미로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좋다고 본다.
최근 시중은행의 CIR 낮아진 건 분모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9조3039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자이익이 8조10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2% 늘어났다.
CIR 분자에 해당하는 판관비 올 1분기 3조57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한 영업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경영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시중은행들은 꾸준한 비용 절감 노력으로 ‘조직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희망퇴직 확대를 통한 인력 효율화가 대표적이다. 통상 시중은행의 인건비는 판관비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퇴직금을 지출하면서도 장기적 인건비 줄이기에 한창이다.
여기에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수요가 감소한 오프라인 점포 축소도 판관비 감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지점+출장소)은 총 2536개로 전년 말(2707) 대비 171개 줄었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경영 효율성이 계속 개선될 지는 불확실하다. 시장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만큼 이자 부문을 중심으로 이익 감소세가 예상되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등 은행들이 주로 줄여왔던 고정비를 더 감축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큰 이익을 거둔 시중은행들에 사회적 책임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 그동안 닫혀있던 채용을 늘려 취업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으라는 요구다. 여기에 역대급 퇴직금 논란에 휩싸인 희망퇴직 체계도 들여다보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설명을 한 해 수백명의 신입 행원을 뽑지 않는 이상 인건비가 폭증할 가능성은 낮지만, 희망퇴직자 수요 감소에 따른 인사 적체는 부담 요소다. 연차가 높은 관리자급 행원이 많아질수록 인건비 규모가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자제령을 특히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오프라인 점포 수 감소에 따른 금융 접근성 약화를 방지하자는 취지지만, 은행 입장에서 발길이 뜸해지는 점포를 유지하는 건 비용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매년 말에 한 번만 실시하는 거고 신입 행원들의 인건비가 희망퇴직 대상자보다 적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다”면서도 “점포를 못 닫게 되면 임대료 같은 관리비가 계속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올 하반기부터 이익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 초부터 시장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실시한 ‘상생금융’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는 분야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영업이익마저 줄어들면 시중은행의 경영 효율성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은 실적 방어에 집중하면서 비용 감축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이자 감면이나 대출금리 인하 같은 상생금융 정책이 보통 4~5월 집중적으로 시행됐는데, 하반기부터 영업이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재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