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만원선 안착 노리는 하이브…키워드는 '멀티 레이블’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하이브(352820)의 주가가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어느새 30만원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유의 ‘멀티 레이블’ 체제가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의 목표주가도 평균 30만원을 넘어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하이브는 전 거래일보다 6000원(2.01%) 떨어진 2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29만8500원에 개장했으나, 더 반등하지 못하고 약세로 장을 마감했다.
하이브의 주가는 전일 소폭 하락하기는 했으나 올해 들어 68.30% 상승하고, 이달 들어서는 6.57% 오르는 등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앞서 하이브는 이달 14일 장중 30만원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 15일엔 종가 30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가 종가 30만원을 상회한 것은 지난해 4월 13일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 7일부터 전일까지는 기관이 1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총 75만440주를 사들였다. 해당 기간 순매수 금액은 223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6월 14일 핵심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이 완전체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이후 상장 이래 최저 10만70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던 하이브의 주가는 최근 신규 아티스트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 기대감 등에 힘입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하이브의 목표주가를 꾸준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일까지 국내 증권사 중 16곳에서 하이브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 모든 증권사에서 투자의견 ‘매수’(BUY)와 3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해당 증권사들의 하이브 평균 목표주가는 34만1250원이며, NH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두 곳은 최대 37만원을 내놨고 가장 낮은 곳은 31만5000원을 제시한 교보증권이다.
최근 하이브의 주요 주가 상승 원동력으로는 산하에 여러 엔터 자회사를 두는 ‘멀티 레이블’ 체제가 꼽힌다.
2021년 기존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하이브는 직속 아티스트를 두지 않고 산하에 여러 레이블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을 두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산하 레이블로는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코즈) 엔터테인먼트 △ADOR(어도어) △하이브 레이블스 재팬 △네이코 등이 있다.
이 같은 멀티 레이블 체제는 다수의 레이블에 각각 프로듀서를 배치하며 기존 운영 체제보다 더 다양하고 독립적인 작업물을 내놓아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또 쏘스뮤직과 플레디스, 코즈 등의 사례처럼 기존 기획사를 인수해 편입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음악적 방향성이나 기존 팬덤 규모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징도 있다.
핵심 아티스트인 BTS는 ‘하이브’가 아닌 산하 레이블 ‘빅히트 뮤직’에 소속돼 있으며, 이외에 유명 아티스트인 △투모로우바이투게터(빅히트 뮤직) △세븐틴(플레디스) △르세라핌(쏘스뮤직) △뉴진스(어도어) △보이넥스트도어 △지코(이상 코즈) △엔하이픈(빌리프랩) 등도 각 레이블에 소속돼 있다.
또 하반기에는 플레디스 보이그룹과 미국 걸그룹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는 빌리프랩 소속 다국적 연습생 22명을 대상으로 ‘알유넥스트’(R U Next)라는 신규 걸그룹 론칭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으로 IP(지식재산권)을 다각화한 점이 하이브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멀티 레이블 전략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각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의 신보 발매와 월드투어 등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성과 확대로 시장 내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세븐틴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신보뿐만 아니라 구보 판매량도 상당히 견조한데, 이는 신규 팬 유입이 늘어나 팬덤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직전 활동 대비 공연 규모나 앨범 판매량, 콘텐츠 조회수 등 전반적으로 개선된 성과를 보이며 하이브의 이익 수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엔터 관련주들의 국내 증시 주도주로 부상 가능성도도 제기되면서 하이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미래 성장이 여전히 2차전지와 헬스케어, 기계 등 제조업 중심인 가운데, 미디어나 엔터 산업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다만 아직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고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작아 2차전지나 헬스케어 등 장기 성장주와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한국 콘텐츠 기업들에는 세계 시장의 문호가 열린다는 점이 중요하며, 세계 콘텐츠 산업 규모는 자동차 산업과 비슷하다”며 “미디어와 엔터 기업의 이익 확정 여력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현재 단계에서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건은 성장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인데, 이는 개별 사업 성공 여부에 독립적으로 달렸다”며 “부침은 있겠으나 세계 시장 규모 대비 한국 내 위상이 여전히 부족해 성장 여력은 크며, 중장기 관점에서 비중 확대 전략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