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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4)

집 없어 애 못 낳는다…청년이 뽑은 저출산 대책 1순위 '주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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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6.29 09:34 ㅣ 수정 : 2023.09.14 11:42

출산포기 사유 10%가 '주거'…"주거 공간 마련 기회 있어야 출산 계획"
자가 거주 신혼부부 출산 확률 16.2%p 높아…안정적 주거 확보 중요
저고위, 2027년까지 신혼부부 주택 43만호 공급…다자녀 기준 개선도

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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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정부가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입하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청년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들이 출산을 결심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주거 문제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와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 22일과 23일 이틀간 진행한 '2023년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 토론회'에서 청년들은 결혼·출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219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저출산 대응을 위한 10개의 주요 정책분야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분야'에 대해 사전조사를 진행한 결과 24.2%가 주거 지원을 지목했다. 토론회를 마친 뒤 진행된 사후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32.0%로 더욱 높게 나타났다.

 

토론회에서 주거 지원을 1순위로 뽑은 서울 거주 30대 청년은 "주거 공간 마련의 기회가 있어야 청년이 자산 형성과 결혼·출산·육아를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힘으로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정책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고위 역시 혼인·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와 함께 높은 주거비용을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저고위에 따르면 청년들의 출산포기 사유는 △경제불안정 37% △양육비용 25% △주거 10.3% △돌봄품질 8% △난임 2% 순으로 나타났다. 주거 문제가 10%를 넘어서면서 출산포기의 중요한 이유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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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오른쪽)이 '2023년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 주택 마련 시 대출 비중 높으면 계획 자녀 수도 증가

 

안정적인 주거 확보는 결혼은 물론 출산과 육아 계획에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부모의 출퇴근은 물론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형섭 부동산학 박사의 논문 '주택점유형태가 신혼가구의 출산에 미치는 영향분석'에 따르면 자가점유 주택에 거주하는 신혼가구는 주택을 임차해 거주하는 신혼가구에 비해 출산 확률이 16.2%포인트(p) 높았다. 둘째 자녀 출산에 대해서는 20.7%p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가점유가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신 박사는 "전세가격은 주거비용뿐만 아니라 양육환경의 의미를 내포한다"며 "거주지역의 단위면적당 전세가격이 100만원 높으면 자녀 출산 확률은 7.7%p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또 2019년 한국지역개발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신혼가구의 주택마련방법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택 마련 시 부모 지원 비율이 높은 신혼가구의 경우 총 계획 자녀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대출 비율이 높은 신혼가구에서는 현재 자녀수와 총 계획 자녀수가 모두 증가했다. 반면 부부자금 비율이 높은 신혼가구의 경우 총 계획 자녀수가 감소했다.

 

때문에 신혼가구의 주거안정성 확보를 통한 출산율 증가를 위해 신혼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구입자금과 전세대출 자금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적 자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예비부부와 신혼초기 1~2년차 가구를 대상으로 전세 및 주택구입자금 대출 시 우대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대출한도 상향과 상환기간 연장, 부부합산소득기준 상향 등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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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기획단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저고위 주택공급‧자금지원 확대…해결책 될 수 있을까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 지원 정책이 출산율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올해 초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택공급과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나섰다. 2027년까지 나눔, 선택, 일반 등 3가지 유형으로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공분양을 공급하고 공공분양 전용 모기지를 1.9~3.0%의 고정금리로 지원한다. 또 기금대출도 2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한다.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도 완화한다. 적용금리는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해 소득구간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공공주택 입주요건도 완화한다. 출산 자녀 1인당 10%p, 최대 2자녀까지 소득·요건을 완화해 공공분양·임대 입주대상을 확대한다. 

 

공공분양 3자녀, 임대 2자녀로 이원화돼 있는 공공주택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일원화하고, 기존 입주자에 대해서는 자녀 출산 시 자녀 수에 비례해 기존보다 넓은 면적에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 우선 공급도 검토한다. 신규 입주자에 대해서는 통합공공임대는 혼인·출산에 따른 가구원 수 증가 등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면적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문제로 주거를 꼽은 만큼 정부가 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청년 보금자리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안정화 등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뒷받침 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앞으로 주거지원 정책을 포함해 논의 과정을 통해 실효성 높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영미 저고위 부위원장은 올해 3월 진행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 발표 당시 “제시된 (저출산 관련) 과제들은 저출산 대책의 최종안이 아닌 보완·필요사항”이라며 “새로운 정책 도입에 앞서 기존 제도와 정책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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